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정 결과와 외교청서를 발표하면 이는 우리 정부의 강력 대응을 부를 수밖에 없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추진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단 3국 협력체제 복원은 한·일 양자관계와는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이를 제안했던 것도 같은 취지였다. 그러나 일본이 교과서 및 외교청서 등을 통해 영유권 및 과거사에 대한 도발을 계속한다면 이는 한·일 양자는 물론 한·중·일 3국 간 협력 분위기 조성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힌다.
박 대통령은 일본 역사교과서 기술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절 기념사에선 “일본 정부의 교과서 왜곡 시도가 계속되는 것은 이웃 관계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는 집단성명을 주도했던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 발언을 인용하면서 “지리적으로 이웃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안타깝게도 마음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직 구체적인 독도 및 과거사 기술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 같은 일본의 행동이 계속될 경우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연내 정상회담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베 총리가 오는 29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또는 오는 8월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담화에서 진지한 반성과 사과를 표명하지 않는 한 전향적인 관계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에서 성과를 내길 기대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도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먼저 손을 내밀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5일 제70회 식목일을 맞아 청와대 경내 녹지원에 우리나라꽃 무궁화를 심었다. 박 대통령은 높이 2m의 홍단심계(붉은 중심부에 붉은 꽃잎), 백단심계(붉은 중심부에 흰색 꽃잎) 무궁화 세 그루를 심고 기념 표석을 제막했다. 무궁화는 ‘수많은 꽃송이가 피고 지기를 반복해 다함이 없다’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고, 박 대통령 이름 가운데 근(槿)자는 무궁화를 뜻한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꽃을 광복 70주년에 이렇게 집단으로 심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일에 모두가 이렇게 마음을 합쳐 하게 되면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벌거숭이산이 이렇게 푸르게 덮이듯 앞으로도 어려운 시기일수록 모든 일을 다 그렇게 마음을 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수석비서관들이 함께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반성없는 日, 정부 전망은… 한·중·일 협력 분위기에 찬물 ‘정상회의 추진도 악재 불가피’
입력 2015-04-06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