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부활’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했다… 광화문광장 부활절예배

입력 2015-04-06 02:03
600여명의 성도들이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안산화정교회 박인환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다. 박 목사는 “세월호 참사 현장 등 우리 시대의 갈릴리에서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자”고 말했다.

부활 이후 고난의 땅 갈릴리를 찾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한국교회도 낮고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는 부활절인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2015 부활절 연합예배’를 열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 28:20)는 말씀을 주제로 열린 예배에는 600여명의 성도들이 참여했다.

대표기도를 맡은 강남향린교회 김동한 장로는 “생명의 하나님이 실종자 9명을 포함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304명을 위로하시고 평등한 세상에서 부활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이어 “돈으로 생명의 숭고함을 모욕하는 저들을 심판하시고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음을 깨닫게 해 달라”며 “진정한 평화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곳임을 모든 이들이 깨닫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안산화정교회 박인환 목사는 ‘갈릴리로 가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지난해 한국교회는 예수를 만나는 갈릴리가 아니라 기득권의 편에 서는 모습이었다”고 질타한 뒤 “예수가 떠난 빈 무덤에 서있으면 부활하신 예수를 맞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의 갈릴리는 세월호 유족이 있는 이곳 광화문과 안산분향소, 실종자 가족이 머문 진도 팽목항과 해고노동자들, 송전탑 건설로 고통받는 밀양·강정 마을 주민들”이라며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갈릴리로 갔던 것처럼 우리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갈릴리에서 부활을 이야기하자”고 권면했다.

앞서 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세월호가 침몰한 현장에서 성금요일 예배를 드렸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에서 북동쪽으로 3㎞ 가량 떨어진 세월호 침몰 현장에는 ‘세월’이라고 쓰인 노란색 부표만이 1년 전의 고통을 간직하고 있다.

NCCK 성금요일 예배 참석자 80여명과 세월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은 이날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에서 고깃배 5척에 나눠 타고 세월호 침몰 현장을 찾았다. 당초 배를 묶어 함께 예배를 드릴 예정이었지만 파고가 높아 각각의 배에서 따로 진행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무총장 이홍정 목사는 선상에서 ‘오늘의 갈릴리는 어디입니까’라는 제목으로 2015년 한국기독교 고난주간 증언을 전했다. 이 목사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기억하는 성금요일에 세월호 참사라는 집단 살해의 현장, 오열하는 생명 죽임의 현장, 해상좌표 126E-34N 지점에 다시 배를 띄웠다”며 “이 시대 갈릴리의 정점인 이곳에서 우리는 ‘갈릴리로 가라’며 부활하신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오늘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돼 그들이 꿈꾸던 세상, 만물의 생명이 풍성함을 누리는 새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선포했다.

참석자들은 하얀 국화와 노란 장미를 세월호 침몰 현장에 던지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향한 하나님의 위로를 구했다.

글·사진=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