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부활의 은혜로 통일·화해 이루게 하소서

입력 2015-04-06 02:39
한국교회 성도들은 5일 일제히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생명의 복음으로 세상을 치유·화해하는 부활의 증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개최된 ‘2015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김지훈 기자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부활절 희망나눔 특별감사예배’.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개최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활절 새벽예배’. 강민석 선임기자
“원수를 다 이기고 무덤에서 살아 나셨네… 사셨네 사셨네 예수 다시 사셨네!”(찬송가 160장 ‘무덤에 머물러’) 한국교회 성도들이 5일 일제히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한목소리로 사망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했다. 한국교회는 부활의 기쁨을 경험한 제자들이 복음전파를 위해 세상으로 향했던 것처럼 생명과 평강의 복음을 소외되고 고난당한 이웃 등에게 전하기로 했다(요 20:21).

한국교회 40개 교단 대표와 성도들은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2015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억하고 주 안에서 하나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도 힘쓰기로 했다.

부활절 아침 ‘해갈’의 기쁨을 선사한 단비가 내린 후 열린 예배는 장종현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장의 집례로 진행됐다. 김종훈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전 감독은 ‘죄의 고백과 용서의 선언’에서 “먼저 화목케 하는 직분을 받았으나 그러지 못한 것을 고백하고 우리를 불쌍히 여겨 우리가 하나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백남선 예장합동 총회장은 ‘그리스도의 부활, 화해와 통일로!’라는 설교에서 “한반도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인데 통일도 하나님이 은혜를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수님의 부활은 교회가 믿고 전하는 복음의 핵심이요, 우리 민족을 어둠 속에서 이끄는 빛”이라면서 “주님의 몸 된 교회가 하나 돼야 하고 특히 성경의 북이스라엘과 남유다가 하나 되듯 남한과 북한이 하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서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도 이어졌다. 천환(예장고려) 우종휴(예장합신) 이종복(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은 “남북이 서로 무기를 버리고 손을 잡고 하나가 되는 평화통일을 이루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3부 ‘성찬’은 김철환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의 집례로 진행됐다. 4부 ‘세상으로 나아감’에선 손달익 예장통합 전 총회장이 ‘화해와 통일에 대한 비전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는 선언문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이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말라하거든 마시게 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잊은 채 남북의 냉전체제 경쟁에 앞장섰음을 반성하고 올해가 평화통일시대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신웅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 대표대회장은 “화해의 영이신 성령님, 우리가 서로 부둥켜안고 동과 서, 남과 북이 하나 되게 해 달라”면서 “우리 모두 생명의 복음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부활의 증인이 되자”고 대회사를 했다. 예배에는 양병희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황용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황수원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축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이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국교회 부활절 희망나눔 특별감사예배’를 드렸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돌보고 있는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소속 관계자와 다문화가정,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출신의 성도 등 650여명을 초청해 ‘나눔과 섬김’을 통한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주최 측은 이들 단체에 생필품이 담긴 ‘희망나눔 박스’ 2000개와 함께 지원·격려금을 전달했다.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환영사에서 “복음이 이 땅에 전파된 지 130년 만에 선교대국의 대열에 선 한국교회는 예수의 부활로 얻은 희망과 축복을 땅 끝까지 전파할 책임이 있다”면서 “우리가 향할 땅 끝은 가난한 자, 소외당한 자, 고통과 외로움에 처한 자들이다. 이들을 위로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자”고 말했다.

설교는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박종순(충신교회 원로) 목사가 전했다. 박 목사는 ‘내가 믿나이다(요 20:24∼29)’를 제목으로 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 시대는 상처 받은 사람들, 아파하는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 서럽고, 슬프고, 괴롭고, 외로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부활신앙은 우리에게 소망을 주며, 영적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부활신앙을 회복해 ‘할 수 있다’ ‘된다’ ‘가능하다’라는 용어들이 키워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교회 덕분에 나라가 바로 서고, 이 시대가 행복하며, 살기 좋은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총 3부로 진행된 예배에서는 성찬식과 함께 ‘대통령과 공직자’ ‘한국교회의 연합·일치’들을 위한 특별기도 순서도 마련됐다. 정의화 국회의장 등 정·관계 및 교계 인사들의 축사 등도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성규 한기총 증경 대표회장이 대독한 축하 메시지를 통해 “광복과 분단 70년인 올해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화해와 회복의 역사를 일으켜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NCCK도 서울 용산구 소월로 중앙루터교회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활절새벽예배를 드렸다.

대표기도를 맡은 한국구세군 박종덕 사령관은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노숙자들, 일본으로부터 아직 위로받지 못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 속에 주님께서 찾아가 달라”며 “이들을 희망과 생명의 미래로 이끌어 달라”고 간구했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그리스도의 부활 우리의 부활’을 제목으로 말씀을 선포했다. 김 주교는 “예수께서는 부활하시고 갈릴리에서 우리를 만나자고 하신다”며 “우리 시대의 갈릴리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는 것이 우리가 부활의 증인이 되고,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도 분명 고통스럽고 아파하는 이들을 찾아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손을 잡으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CCK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과 공동으로 작성한 ‘2015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으로 기도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대표로 기도문을 읽은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은 “분단 70년 용서와 화해의 불길이 온 겨레 방방곡곡에 타오르기를 기도한다”며 “이산의 아픔을 씻어내고 우리 후손에게 살아 있는 하나 된 조국을 선물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전국 주요 교회도 다양한 행사로 부활의 기쁨을 나눴다.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는 ‘오직 복음! 그것은 예수님의 부활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으며, 예수 부활을 상징하는 대형 십자가에 백합화를 꽂는 행사를 가졌다. ‘부활, 그리고 세 가지 기적’이라는 주제로 저녁 찬양예배를 드렸으며, 부활절 계란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서울 강동구와 경기도 용인, 광주, 안산에 위치한 장애인 복지시설 8곳에 후원금도 전달했다.

광림교회(김정석 목사)는 부활절 계란을 육군군사학교, 경찰대학, 국립경찰병원, 광림사랑의집 등에 나눠주며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했다. 교회는 저녁예배 때 ‘부활의 송가’라는 주제로 음악예배를 드렸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부활절 예배 때 태신자 작정 기도카드를 작성했으며, 오는 10월 새생명축제까지 전도에 힘쓰기로 했다. 교회는 부활절 직전까지 매일 1만1000여명이 참석하는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를 개최했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와 인천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 광주 동명교회(이상복 목사), 대구 동부교회(김서택 목사),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도 성찬식과 부활절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부활신앙을 되새겼다.

박재찬 전병선 백상현 진삼열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