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39% “숭배”·20% “거부감”… 꿈틀대는 스탈린 복권론

입력 2015-04-06 02:18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을 한 달여 앞두고 러시아에서 옛 소련의 철권 통치자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논란이 거세다.

최근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달 모스크바 북서쪽 트베리주에 건립된 스탈린 박물관이다. 메트로 러시아 등 현지 언론들은 1942년 스탈린이 나치 독일과의 전투를 지휘하기 위해 머물렀던 작은 집을 개조한 이 박물관에는 스탈린이 이 지역을 방문했을 당시 사용했던 책상, 필기구 등의 물품이 전시돼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대통령 산하 러시아학술원 알렉산드르 피지코프 수석연구원은 정치 이슈를 다루는 잡지 ‘소베르셴노 세크레트노(일급비밀)’ 최근호에서 “누군가가 스탈린을 기념하기 위한 박물관을 원한다는 것은 열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면서 “본질은 역사가 당시 어떠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많은 사람이 스탈린에 대한 동정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연방평의회 회원이자 역사학자인 니콜라이 스바니제는 같은 잡지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어디에서든 스탈린 박물관이 개관하는 데 반대한다”면서 “조국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지난 2월 말에는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경배의 언덕’에 ‘위대한 조국전쟁 지휘관들과 스탈린을 포함한 1급 훈장 수상자들을 기리는 합동 기념비’를 세우자는 안이 국가두마(하원)에 상정되기도 했다.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레바다-첸트르가 지난달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탈린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등 부정적인 응답은 20%에 그친 반면 ‘숭배한다’ 등 긍정적인 대답은 39%에 달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