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첫발, 조선의 빛으로”… 기감, 아펜젤러 한국선교 130주년 기념예배

입력 2015-04-06 02:05
전용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이 5일 인천 내리교회에서 열린 ‘아펜젤러·스크랜턴 내한 130주년 기념예배’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5일 인천 중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오후 3시쯤 되자 탑 주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뱃고동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기념탑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다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기도를 끝낸 여성은 가방에서 작은 십자가를 꺼냈다. 기념탑이 있는 광장에는 중창단의 찬양 소리가 울려 퍼졌다.

행사는 미국 감리교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의 한국선교 130주년을 맞아 ㈔제물포문화선교사업위원회(이사장 전양철)가 개최한 기념식 ‘복음의 첫발 순례’였다. 아펜젤러와 그의 아내, 미국 장로교 선교사인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는 1885년 4월 5일 오후 3시쯤 인천 제물포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복음의 불모지였던 조선에 기독교의 초석을 놓았던 인물들이다.

‘복음의 첫발 순례’ 행사는 아펜젤러 부부와 언더우드의 내한 장면을 재현한 행사였다. 전양철 이사장은 “아펜젤러 등은 민족의 개화와 개방을 이끌어낸 분들”이라며 “이들 덕분에 130년이 흐른 현재 한국은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 참가자 300여명은 기념탑 앞 행사가 끝나자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형형색색 풍선을 들고 기념탑에서 1㎞ 거리에 있는 내리교회(김흥규 목사)까지 행진했다.

기념 예배는 오후 4시쯤부터 내리교회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주최로 열렸다. 예배에는 전용재 기감 감독회장을 비롯한 기감 관계자, 인천 지역 목회자와 평신도 등 약 1000명이 참석했다. 기념예배는 아펜젤러와 같은 해에 내한한 미국 감리교 선교사 메리 스크랜턴(1832∼1909)·윌리엄 스크랜턴(1856∼1922) 모자(母子)의 한국선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전 감독회장은 ‘보배를 보내주신 하나님’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아펜젤러는 부활의 빛으로 흑암(黑暗)에 싸여 있는 조선을 풀어 달라고 기도한 인물”이라며 “희망 없이 살아가던 조선 민족이 아펜젤러를 비롯한 선교사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펜젤러를 비롯한 초기 선교사들은 민족 근대화의 문을 열어 주었으며 우리에게 자유와 빛을 선물했다”면서 “이분들을 기억하면서 예수님의 사랑을 세상에 전하자”고 권면했다.

예배에는 130년 전 아펜젤러를 한국에 파송한 미국 감리교단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마커스 매튜스 미국 연합감리교(UMC) 감독은 ‘오늘 하나님이 부르시는 우리의 모습과 과제’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한국 감리교회는 아펜젤러와 그의 뒤를 따른 선교사들을 통해 극적인 발전을 이뤘다”며 “우리는 세상에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잊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글·사진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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