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 진로회장 中서 심장마비로 숨져

입력 2015-04-06 02:33

중국 도피생활 중이었던 장진호(63·사진) 전 진로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중국 베이징 자택에서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숨졌으며, 한국에 있던 가족들이 베이징에 도착해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다.

장 전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진로에 입사했다. 선친인 장학엽 회장에 이어 1988년 제2대 회장에 취임해 진로의 사세 확장을 이끌었다. 진로그룹은 한때 계열사를 20개 넘게 거느리며 재계 19위까지 올랐지만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자금난에 빠지면서 몰락했다.

진로의 모태는 1924년 고 장학엽 회장이 평남 용강에서 설립한 ‘진천양조상회’다. 이후 장씨 일가는 1951년 부산에서 ‘금련’이라는 소주를 생산했다. 이어 1954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서광주조’를 발족해 전국적인 영업에 들어갔으며, 진로소주의 상징인 두꺼비도 이때 탄생했다. 진로는 1970년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이후 줄곧 시장을 석권했다. 소주사업에 전념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던 진로가 부실의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장 전 회장이 취임 후 사업 영역을 급속히 넓히면서부터다. 장 전 회장은 취임 이후 종합유통사업, 전선, 제약, 종합식품, 건설, 금융, 유선방송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다 1997년 9월 부도를 맞았다. 1999년 자회사 진로쿠어스맥주가 오비맥주에 매각되고, 2000년 위스키사업이 진로발렌타인스에 양도됐다. 진로그룹은 2003년 법정관리와 계열사 분할 매각으로 공중분해됐다. 이어 하이트맥주가 2005년 진로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장 전 회장은 분식회계, 비자금 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돼 2004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장 전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2005년 캄보디아로 도피했으며 2010년에는 중국으로 거처를 옮겨 재기를 모색해 왔다. 외국에서 은행, 부동산 개발회사 등을 운영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장 전 회장은 평소 지인들에게 “힘들고 괴롭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