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정교회 창립자 로버트 H 슐러 목사 별세… 정죄 대신 긍정 메시지 전한 구도자 예배 선구자

입력 2015-04-06 02:40
지난 2일 별세한 로버트 슐러 목사가 생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 가든 그로브 수정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미국 캘리포니아 주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 창립자이자 TV 설교가인 로버트 H 슐러 목사가 지난 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8세. 슐러 목사는 2013년 식도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으며, 이날 오전 아티지아의 요양 시설에서 소천했다고 CNN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슐러 목사는 미국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커뮤니티교회의 시초로, TV 설교 프로그램인 ‘능력의 시간’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노먼 빈센트 필 목사로부터 영향을 받은 ‘적극적 사고방식’과 긍정 메시지로 번영신학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1950년대 당시 ‘자동차극장교회’를 개척하고 이른바 ‘구도자’를 위한 교회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이머징교회’의 선구자로도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2006년 아들에게 담임 목사직을 물려준 이후 부자간·남매간 불화와 TV 시청자수 급감, 헌금 감소가 이어지면서 2010년 파산 신청을 한 뒤 모습을 감췄다.

슐러 목사는 26년 미국 아이오와주 농촌인 알톤에서 네덜란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5세 때 목회자 삼촌에게 전도자가 되라는 권면을 받아 위대한 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미시간 주로 떠나 개혁교회 산하 호프칼리지와 웨스턴신학교에서 공부했다. 50년 신학교를 졸업한 후 오르간 연주자인 아벨라와 결혼, 시카고를 거쳐 55년 로스앤젤레스 남동부 가든 그로브로 이주했다.

당시 가든 그로브는 디즈니랜드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교외 거주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자동차가 급증했다. 슐러 목사는 이를 교회 개척에 적용했다. ‘자동차 극장’을 빌려 교회를 시작하고 ‘자동차 안에서 예배를 드리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그의 설교단은 스낵바 지붕 위였다. 그는 자동차를 타고 온 신자들에게 정죄 대신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상처 입고 교회에 나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믿고 자신을 신뢰하라, 그리고 사랑하라”고 도전했다.

그는 자동차극장교회를 ‘경쾌한’ 기독교의 한 형태로 확신하고 목회 철학으로 삼았다. 자동차극장교회는 당시 혁신적이었다. 마치 오늘날 카페나 클럽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구도자 예배’의 시초로 볼 수 있다고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전했다.

그의 메시지는 61년 수정교회 예배당 건립 이후 계속됐고 70년부터 시작된 설교방송 ‘능력의 시간’에서 극대화됐다. 상냥한 웃음과 사제 복장, 은빛 머리카락, 열정적 메시지는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텔레반젤리스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

슐러 목사는 지난 2007년 한국그리스도의교회 75주년 기념대회 강사로 초청받아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도 친분을 나눴다. 슐러 목사와 조 원로목사는 예수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에서 희망의 신학자로도 불린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