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언제든 쏠 수 있다”는 北… 핵 최대 30개 보유 추정

입력 2015-04-06 02:04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 타결로 북한 핵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이란과 달리 협상전망이 밝지 않다. 북한은 2012년 4월 13일 헌법을 개정하고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했다.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북한 핵 능력은 여전히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에 위협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북한 핵 능력 평가는 전문가들마다 차이가 있다. 지난 2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초빙연구원은 “북한이 2020년대쯤이면 100개의 핵무기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최신형 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량 보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트의 전망은 현재 북한이 10∼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 능력을 최대한 개발할 경우 도달할 수 있는 최악의 수치를 추정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24∼42㎏으로 추정했고, 미국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장은 34∼36㎏으로 봤다.

우리 정부 입장을 공식 대변하는 ‘2014년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이 수차례의 폐연료봉 처리과정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40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가동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해온 영변 5㎿ 흑연로에서 단기 저출력 방식을 이용해 적어도 핵탄두 20개 정도는 만들 수 있는 분량을 추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공식 입장보다 늘어난 수치다.

2010년 11월 이전까지는 플루토늄양만 추정하면 됐다. 하지만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핵무기도 감안해야 해 보유량 추정치도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이 공개한 시설만으로도 연간 고농축우라늄 40㎏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됐다. 1∼2개의 고농축우라늄탄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을 합해 핵무기를 적어도 8개에서 최대 30개까지 보유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핵탄두 소형화, 어디까지 왔나=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실제 무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운반수단인 미사일에 장착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돼야 한다. 한반도에 위협이 되는 사거리 300∼500㎞의 스커드 B, C 미사일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탄두중량 1t 이내, 직경 90㎝ 정도여야 한다. 소형화를 위해서는 고성능 고폭장약 사용, 중성자 발생장치와 기폭장치를 정밀화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핵 전문가들은 통상 핵실험이 있은 다음 5∼7년 뒤면 소형화가 가능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했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시간은 충분히 가진 셈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평가가 최근 한·미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발간된 2014년 국방백서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전략사령부 세실 헤이니 사령관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이미 핵 능력의 일부를 소형화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상당히 근접했다 하더라도 당장 무기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학봉 영국주재 북한대사가 지난달 20일 현지방송인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제든지 핵무기를 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은 소형화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3차 핵실험 후 ‘핵무력·경제발전병진노선’을 채택한 것도 핵 무기화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과거 경제사안에 앞서 있었던 핵 개발이 적어도 경제문제와 동일한 수준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핵 무기화가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에 올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핵 개발을 위해 쏟던 돈을 경제로 돌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핵탄두의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북한 핵무기가 한반도를 공격한다면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인가. 2004년 미국 환경기구인 NRDC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국방부와 합참, 연합사령부가 있는 용산 500m 상공에서 핵폭탄을 투하해 지면에서 폭발하면 반경 1.8㎞ 내 지역은 초토화되고 4.5㎞ 이내 피해지역은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는다.

직접피해지역 사망자는 40만명, 추가사망자 22만명 등 총 62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도록 어떤 형태로든 조속히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