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九州)대 의대가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 포로를 상대로 잔혹한 생체실험을 했던 과거의 만행을 반성하는 전시물을 설치했다. 교도통신은 4일 개관한 규슈대 의학역사관 전시품에 ‘규슈대 생체해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2점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의료기록과 기구 등을 통해 규슈대 의대 110여년의 성취뿐 아니라 과거사의 치명적 과오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사건을 설명하는 패널에는 “우리는 비인도적인 생체해부 사건으로 희생된 외국인 병사에 대해 다시 한번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1948년의 (학내) ‘반성과 결의의 모임’에서 선배들이 결의했던 의사로서의 도덕과 의학자로서의 연구 윤리를 재확인하고, 앞으로 이 결의를 계승할 것을 단호히 맹세한다”는 의학부 교수회의의 결의가 담겼다.
규슈대 생체해부 사건은 일본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5년 규슈대 의학부 교수들이 격추된 미군 폭격기 승무원 중 8명을 실습실에서 해부한 사건이다. 교수들은 희석한 바닷물을 혈관에 주입하거나 폐를 절제하는 등 생체실험을 자행해 포로들을 살해했다.
종전 후 사건 관계자 23명은 요코하마 군사법정에서 5명이 사형을 선고받는 등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미국의 대일본 유화정책 속에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고 관련자 대부분은 사면됐다.
최근까지 규슈대는 이 사건의 거론을 금기시하면서 공개적인 설명을 피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의학부 교수회의에서 의학역사관 개관을 계기로 ‘부정적 역사도 공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옴에 따라 전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건희 기자
日 규슈대, 생체실험 기록 전시 ‘반성’
입력 2015-04-06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