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공습을 중단하라” 러, 예멘 일시 휴전 촉구

입력 2015-04-06 02:17
4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 인근의 한 마을에서 아이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의 후티 반군 공습으로 인해 파괴된 집들의 잔해를 들고 있다.AP연합뉴스

시아파 후티 반군에 대한 수니파 중동국들의 융단폭격으로 예멘 내전이 ‘국제전’으로 비화되면서 국제사회가 예멘 휴전결의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러시아의 요청으로 예멘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가졌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달 안보리 의장을 맡은 다나 카와르 유엔 주재 요르단대사는 ‘인도주의의 무덤’이 되고 있는 예멘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공습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면서 외교관과 민간인 대피 등을 위해 공습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배포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결의안에는 “인도적 지원이 아무 제약 없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안보리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수니파 연합군에 공습 중단을 압박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러시아는 시아파 아랍의 맹주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란은 예멘에서 압드라부 만수르 대통령 축출을 주도한 같은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국제적십자사위원회(ICRC)도 “1주일 이상 지속된 치열한 공습과 육상 전투로 인해 외부와의 교류가 두절된 이들을 도우려면 예멘으로 향하는 모든 공중·육상·해상 경로가 최소 24시간 동안 개방돼야 한다”면서 일시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앞서 2일까지 최근 2주 동안 예멘에서 519명이 숨졌으며 1700명이 부상당했다.

이런 가운데 AFP통신은 사우디 당국자를 인용해 사우디 특수부대가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작전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은 지난달부터 예멘 공습을 계속하고 있지만 “당장 지상군 파견 계획은 없다”고 언급해 왔다. 이들 특수부대는 남부 아덴에서 하디 대통령에 충성하는 민병대에 무기와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후티에 대한 반격을 도울 지침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