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모비스, 3연패 대업 원동력] 역사가 된 ‘萬手무강’

입력 2015-04-06 02:16
울산 모비스가 4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원주 동부를 81대 73으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모비스는 챔프전 3연패와 함께 역대 최다인 통산 6번째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앞줄 왼쪽부터 유재학 감독, 김영기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총재, 구단주인 정명철 현대모비스 사장과 양동근, 송창용. 연합뉴스

4쿼터 버저비터(경기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과 동시에 득점하는 것)가 울리는 순간 울산 모비스는 한국 프로농구의 새 역사가 됐다. 모비스는 4일 끝난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울산 동부를 81대 73으로 꺾고 4전 전승으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모비스는 1997년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출범 후 최초로 챔프전 3연패를 달성했으며 역대 최다인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09∼2010 시즌 이후 5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 우승도 달성했다.

◇‘만수(萬手)’ 유재학과 양동근=모비스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유재학 감독은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오랜 시간 팀을 떠나 있었다. 챔프전 2연패를 이끈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이 개막 직전 퇴출됐고 이대성과 천대현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었다.

유 감독은 팀에 돌아오자마자 KBL 최장수 사령탑, 대표팀 감독 등을 거치며 쌓아온 선수단 장악 능력, 경기 운영 노하우를 쏟아 부었다. 재빨리 정비를 마친 덕에 모비스는 지난해 10월 19일 고양 오리온스전부터 다음 달 17일 전주 KCC와의 경기까지 11연승을 달리며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유 감독의 수(手)는 정규리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PO), 챔프전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4강 PO 5차전에선 경기 초반부터 함지훈, 박구영을 투입했다. 창원 LG의 외곽슛을 잠재우기 위해 주요 선수들을 지치게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챔프전에선 ‘포지션 파괴’ 작전을 썼다. 빅맨인 포워드 함지훈은 가드 역할, 가드 이대성에게는 파워포워드 역할을 맡겼다. 허를 찌르는 전술에 상대 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유 감독은 통산 다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최고의 명장이 됐다.

유 감독의 수를 코트에서 실현시킨 건 34살 노장 양동근이었다. 정규시즌 54경기에 모두 출장해 최장시간 출장 부문 1위(평균 34분56초)를 기록했고 PO와 챔프전에선 매 경기 풀타임에 가깝게 뛰었다. 양동근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매 경기 ‘더블-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리카르도 라틀리프도 3연속 우승챔피언을 가져간 첫 외국인 선수가 됐다.

◇후회 없는 시즌 보낸 동부와 전자랜드=동부는 챔프전 사상 세 번째로 4전 전패로 준우승에 그쳤지만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하위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도약이었다는 평가다. 인천 전자랜드는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다. 6위로 마지막 PO티켓을 따낸 전자랜드는 6강에서 서울 SK를 3연승으로 꺾으며 드라마를 만들었고 4강에서는 동부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LG는 6강 PO부터 4강 PO까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특히 ‘애국가 몸풀기’ 데이본 제퍼슨이 퇴출당하며 힘겨운 상황이 됐지만 모비스와 끝까지 명승부를 펼치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PO탈락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팀들도 있었다. 이상민 감독이 첫 사령탑을 맡은 서울 삼성은 11승43패 최하위로 시즌을 끝냈고 전주 KCC는 12승42패로 부진하며 허재 감독이 시즌 도중 물러났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부산 KT는 새 감독을 물색 중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