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1997년 업무 도중 알게 된 남자직원 B씨와 사귀다 2003년 결혼했다. 직후부터 결혼생활은 삐걱거렸다. A씨는 9남매의 막내인 남편이 시어머니, 시누이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업무와 음주 때문에 자주 밤늦게 귀가했다. 집안일도 A씨가 만족할 만큼 돕지 않았다.
2010년 딸을 낳은 후 오히려 갈등이 커졌다. 남편이 육아를 제대로 돕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육아휴직 기간 15개월을 제외하고 맞벌이로 생활비를 보탰다. 육아와 직장일을 동시에 하는 생활에 회의가 들었다. 2011년 1월부터 일기에 ‘(남편이) 전화도 안 받고 술 취해서 외박. 이제 그만둬야 하나’ ‘내 결혼생활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라고 적었다.
B씨는 오히려 자신의 사정을 아내가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했다. 장거리 출퇴근으로 늦게 귀가할 수밖에 없는데 타박만 한다는 거였다. 아내의 경제생활이 무분별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무리하게 아파트를 구입하다 생긴 대출이자 역시 B씨의 불만을 키웠다.
부부는 자신들의 갈등에 부모들까지 개입시켰다. B씨는 아내가 2012년 8월 새벽 3시를 넘어 귀가하고, 다음 달 또 새벽 6시를 넘겨 들어오자 장모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내는 이후 1년 동안 부부관계를 거부해 심한 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시어머니가 2013년 8월부터 부부의 집에서 살게 됐다. 친정어머니도 다음 달 부부의 집에 들어왔다. 이후 B씨 누나가 집에 찾아와 A씨 및 친정어머니와 다퉜고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부부싸움이 온 가족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A씨는 같은 해 12월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하는 이혼 소송을 내고, 별거를 시작했다. B씨도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이수영)는 “부부는 이혼하되, 양측 위자료 청구는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생활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부모를 개입시켜 양가 친척들끼리의 극한 갈등으로 확대시켰다”며 “각자 가족들에게만 의지한 채 관계 회복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혼인이 깨진 책임은 양측 모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부부싸움이 부모 싸움으로… “이혼 공동책임”
입력 2015-04-06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