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에 현대미술 ‘활짝’… 경주 우양미술관 첫 기획전

입력 2015-04-06 02:10

천년 고도 경주에 현대미술이 꽃을 피웠다. 4일 경북 경주 보문로 우양미술관에서 ‘심리적 오브제(Psyco objets)’라는 제목의 기획전이 막을 올렸다. 우양미술관은 대우그룹이 운영하던 아트선재미술관을 조효식 우양수산 회장이 2013년 인수해 리모델링한 전시공간이다. 그동안 소장품 전시를 하다 이번에 첫 기획전을 마련했다. 근처 보문호에는 마침 벚꽃이 활짝 피었다.

1·2층의 전시장에는 김택기 노동식 정승 작가의 설치, 조각, 영상, 회화 등 40여점이 출품됐다. 김택기 작가는 철을 소재로 피아노를 치는 로봇과 태권브이 등 ‘휴먼’ 시리즈(사진)를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선과 덩어리, 차가움과 뜨거움, 비움과 채움, 로봇과 음악 등 배타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의 차이와 충돌에 대해 얘기한다.

노동식 작가는 정치적으로 왜곡된 사건에 주목한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담은 작품과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형상화한 ‘잠재적 재앙’은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쉽게 잊어버리는 게 인류의 재앙이라는 점을 표현했다. 정승 작가는 자동차, 네온, 콘센트, 플라스틱 로봇인형 등 산업소비재를 활용한 작품으로 사회 이면의 부조리에 경각심의 메시지를 던진다.

‘문화 나눔’을 내세우는 미술관의 취지를 살려 이벤트도 마련했다. 작품 이미지가 새겨진 스탬프를 종이에 찍어 가져갈 수 있게 하고, 미술관 로비에 있는 우체통에 편지와 함께 전시 리플릿을 넣으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조효선 부관장은 “유구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현대미술의 명소로 가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054-745-7075).

경주=글·사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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