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통하자마자 ‘사고철’ 된 호남선 KTX

입력 2015-04-06 02:41
공사비 8조여원을 들여 건설한 KTX 호남선의 잇단 사고로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개통 전 시운전 과정에서 세 차례나 발생한 변압기 폭발 사고로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됐던 호남선 KTX였다. 지난 2일 개통 첫날부터 열차의 워셔액 주입구 덮개가 망가져 청테이프를 붙이고 운행하는 코미디를 연출하더니 4일에는 2건의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니 호남선 KTX에 벌써 ‘사고철’이란 오명이 붙은 건 당연하다 하겠다.

호남선 KTX 사고는 정비만 제대로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다. 4일 오전 9시50분쯤 서울 용산발 광주 송정행 KTX 511호 열차가 충북 오송역 부근 다리 위에서 급정차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열차 신호장치 이상이 원인이었다. 같은 날 전남 목포발 용산행 KTX 516호 열차는 1㎞ 넘게 후진했다. 전북 익산역과 충남 공주역 사이 5.3㎞ 구간의 전기가 끊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로 인해 이 열차는 단전 구간을 상행선로가 아닌 하행선로로 운행했고 승객들은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단전 원인은 어처구니없게도 전선 위 까치집 때문이었다.

코레일의 안전의식 수준이 얼마나 한심한지는 청테이프 사고를 보면 알 수 있다. 코레일은 KTX 515호 열차가 광명역에 들어설 때 워셔액 주입구 잠금장치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런데도 광명역에서 정비를 못하고 속도를 줄여 운행을 강행했다. 열차가 익산역에 정차하고 나서야 청테이프로 응급조치를 했으나 청테이프가 속도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는 바람에 코레일은 정읍역에서 다시 청테이프를 고정시키는 부산을 떨었다. 충북 오송역에 차량 제작사 직원을 보내 정비하려 했으나 선로를 찾지 못했다는 게 코레일의 해명이다. 이런 코레일에 승객의 안전을 맡겨도 되는 건지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호남선 KTX는 하루 평균 3만여명이 이용한다. KTX 사고는 지난해 2012년 대비 42.3% 줄어드는 등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승객들이 느끼는 불안지수는 여전히 높다. 호남선 KTX 개통으로 서울∼광주 이동시간이 최대 1시간33분 단축됐다지만 속도보다 훨씬 중요한 게 안전이다. 광주시의회가 개통 전 ‘안전담보 없이 호남선 KTX 개통 및 운행은 안 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