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현(26)씨는 중앙대 음대 피아노과 4학년이던 지난해 4월 음악을 그만두려고 했다. 다섯 살 때부터 연주해온 피아노는 그에게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주최하는 주요 오디션에 매번 탈락하자 이 전부를 던져버리고 싶었다. 다국적 에너지 업체 한국하니웰 빌딩제어 사업부 김문성 대표를 그때 멘토(조언자)로 만났다.
김 대표는 신씨를 비롯한 멘티(조언 대상자) 9명을 데리고 매달 전국의 명산을 올랐다. 북악산 북한산 남한산성 태백산 소백산 문경세제 지리산 인왕산을 차례로 오르며 인생 상담을 했다. 신씨에게 산은 좌절의 장소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한라산을 오르다 허벅지에 쥐가 나 주저앉은 적이 있었다. 친구들이 백록담을 보러 올라갈 때 그는 울면서 산을 내려왔다.
산을 오르는 것은 절망을 안겨다준 피아노 앞에 다시 앉는 것처럼 두려운 일이었다. 신씨는 첫날 북한산에서 “정상을 올라가기엔 이미 늦은 것 같다. 공부를 계속하는 게 맞겠느냐”고 김 대표에게 물었다. 김 대표는 인생의 모든 갈림길에서 음악을 선택한 소프라노 조수미의 일화로 대답했다.
신씨는 5일 “생각해 보니 저는 모든 걸 포기할 만큼 음악에 헌신한 것 같진 않았다. 반성하게 됐고, 동시에 세계적 음악가가 20대에 누리지 못한 것들을 누린다고 생각하니 행복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매사에 소극적이었던 자신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오디션에 합격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바람을 이뤘다.
전날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는 제6기 차세대리더육성멘토링 사업 발대식이 열렸다.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기업 임원, 학계 전문가, 고위 공무원 등 각 분야 멘토 280명과 대학생 2400여명을 묶어주는 국내 최대 규모 재능기부 사업이다. 교수법 전문가인 조벽(사진) 동국대 석좌교수를 필두로 변도윤 전 여성부 장관, 안양호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권점주 신한생명 부회장 등이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멘토들은 1인당 8명 안팎의 멘티를 맡아 1년간 역량 개발을 돕는다. 신씨는 지난해 5기 멘티로 참가했다.
조벽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배움지기(멘티)는 멘토링의 꽃”이라며 “나눔지기(멘토)는 기회만 나눠줄 뿐 그 주어진 기회에서 무엇을 깨닫고 배우고 취할 것인가는 배움지기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청년 여러분이 취업과 진로, 인성·역량 개발 등에 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중심 사회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멘토는 기회만 나눠줄 뿐, 뭘 배울지는 멘티의 몫”… 제6기 차세대리더육성멘토링 사업 발대식
입력 2015-04-06 02:17 수정 2015-04-06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