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64·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셰익스피어의 ‘페리클레스’로 주류 연극계에 복귀한다. 유 전 장관은 서울 예술의전당이 제작하는 연극 ‘페리클레스’(5월 12일∼5월 31일 CJ토월극장)에서 해설자와 늙은 페리클레스의 1인 2역으로 출연한다. 2011년 초 장관을 그만둔 이후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광대무변에서 연극 ‘파우스트’ ‘홀스또메르’를 출연하긴 했지만 외부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로의 본격적인 복귀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연은 이번 작품 연출을 맡은 양정웅의 강력한 권유에 따른 것이다.
5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예술의전당이나 국립극단 같은 무대에 설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양정웅씨의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망설였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내가 맡은 역할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아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였다. 1971년 연극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으며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하면서도 틈틈이 무대에 섰다. ‘문제적 인간 연산’ ‘햄릿’ ‘홀스또메르’는 걸출한 연기력을 뽐낸 대표작으로 꼽힌다. 95년 극단 유를 창단하며 다시 주요 터전을 연극계로 옮긴 그는 서울 강남구에 유시어터를 개관했다. 유시어터는 극작가 겸 연출가 장진이나 조광화, 박승걸 등의 작품을 연달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인 경력은 유인촌의 배우 커리어에 적지 않은 상처를 냈다. 문체부 장관 시절 몇 번의 구설에 오르며 수많은 안티세력을 얻었고, 배우로 돌아왔지만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연극계에선 배우로서의 평가마저 절하되는 데에 아쉬움을 드러냈었다. 그는 “운명처럼 정치에 입문하게 됐고 이후 행동에 대해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며 “물론 배우로서는 아쉬웠던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지나간 것인 만큼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OBS에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지만 TV 드라마나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은 채 연극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는 “연극은 내게 고향과 같은 곳인데다 오랫동안 연기를 쉬어 다시 갈고 닦으려면 무대가 좋다”면서 “드라마나 영화는 나이를 많이 먹은 다음에도 할 수 있지만 연극은 체력이 떨어지면 못하기 때문에 지금은 단역이라도 가능하면 무대에 많이 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몸 관리를 열심히 해온 듯 연습실에서도 후배들을 압도하는 체력과 에너지를 뽐냈다. 지치기는커녕 즐거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예순 살이 넘은 지금, 이제야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연극배우로서 이제부터가 전성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10년 정도 더 무대에 서면서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예순 넘으니 제대로 연기할 만… 앞으로 10년 더 무대 섰으면”
입력 2015-04-06 02:08 수정 2015-04-06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