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2000여년 전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셨을 때, 우리도 흑암의 권세를 이겼습니다. 그리고 생명과 빛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130년 전인 1885년 4월 5일, 최초의 복음 선교사인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부부가 인천 제물포항에 상륙하면서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에게 생명의 소식이 됐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으로 무지와 가난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났습니다. 70년 전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로 우리는 일제 치하에서 해방을 맞이했습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고 이제는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할 주목받는 새로운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주님이 이기신 사망의 권세가 무엇이며, 부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선포합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엡 2:14∼16). 주님은 부활을 통해 자신의 몸인 교회를 나누고, 세상을 분열케 하는 어둠의 권세를 이기셨습니다.
사도 바울의 말씀에 따라 주님의 몸 된 교회가 하나 되어야 합니다. 한국교회와 교단들은 분열을 거듭했습니다. 때로는 불가피하게 혹은 교리적 차이 때문에, 그러면서도 인간의 욕망이 어우러져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한국교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부흥과 성장을 주셨다면, 이제는 연합과 일치를 통해 교회를 보전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부활의 주님은 그리스도의 한 몸인 교회를 분열된 사회와 세상을 싸매는 화해의 사신으로 이끄십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세대 간 단절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정쟁의 볼모로 잡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도 우는 자들과 함께 울지 못하고, 이데올로기로 착색된 세상의 시각을 가지고 이 문제를 보려 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민족의 근본 모순인 남북 갈등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해방의 역사 70년은 수치스런 분단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들도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불신의 벽을 쌓는데 한 축을 담당했음을 고백합니다. 에스겔 37장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통일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유다와 이스라엘이라고 쓴 막대기가 하나가 되듯이 남북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들이 한 나라를 이루어서 한 임금이 모두 다스리게 하리니 그들이 다시는 두 민족이 되지 아니하며 두 나라로 나누이지 아니할지라.”(겔 37:22).
십자가와 부활 신앙만이 이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우리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고통 받는 사회의 밀알이 돼 썩어져야 합니다. 주님 부활의 은혜가 이 땅과 저 북녘과 온 누리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백남선 목사(예장합동 총회장)
[부활절 연합예배 설교] 그리스도의 부활, 화해와 통일로!
입력 2015-04-06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