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 ‘골치 아파’하지 말고 ‘가슴 아파’ 해야”… 서울신학대 ‘춘계 국제학술대회’

입력 2015-04-06 02:01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오른쪽)가 지난 3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 성결의 전당 존 토마스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에서 ‘통일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부천=강민석 선임기자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는 남한이 손해를 보더라도 화해하고 평화를 이뤄야 합니다.”

서울신학대학교(유석성 총장)가 지난 3일 경기도 부천 본교에서 개최한 ‘2015 춘계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은 한반도의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한이 주도적으로 화해와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강사로 나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평화통일은 용서 화해 사랑 나눔으로 북한 동포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가 북과 접촉하고 교류하며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경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문제가 동북아시아 분쟁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현재 남북한의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동북아시아 평화에 기여하고 그 안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예나대 화해연구소 마르틴 라이너 소장은 ‘십자가 신학과 화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세계의 화해를 가져왔다”며 “예수를 본받아 항상 화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갈등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갈등 중에도 화해해야 한다”며 “동·서독은 통일되기 이전인 1985년 ‘상대방은 원수가 아니고 친구다. 상대방과 함께 평화롭게 살겠다’는 평화협정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유석성 총장은 라이너 교수의 강연이 끝난 뒤 ‘십자가 신학’을 부연 설명하면서 남한의 솔선수범과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십자가 신학에서 제자의 삶은 십자가를 지는 삶이요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삶”이라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 우리도 십자가를 지고 고난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을 포용하고 이해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내려놓고 북한을 껴안아야 한다”면서 “그것이 십자가의 길이고 남북이 함께 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 강사인 박종화 목사는 “북한 동포는 강도를 만난 피해자이기 때문에 성경의 레위인들처럼 이들을 ‘골치 아파’하지 말고 사마리아인처럼 ‘가슴 아파’해야 한다”며 “인도주의 차원의 교류협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정부 당시 대통령 통일고문이었던 그는 “독일은 통일 이전에 ‘통일’을 거론하지도 않고 그저 ‘평화’를 원한다고 했는데 통일이 됐다”며 “분단 속에서 평화를 이뤄 가면 통일이 되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도 통일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중국을 대표해 참가한 강연자들은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 문제를 원론적인 수준에서 다뤘다. 일본 주오대 사나다 요시야키 명예교수는 “일본은 동아시아 각국에 막대한 손해와 비참한 고통을 안겨준 전쟁을 왜 일으켰는지, 그 원인을 돌이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길림대 장연량 교수는 “화합에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며 남북화해를 위한 양측의 진지한 접근을 제안했다.

유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 중국과 일본의 자국 이익 최우선 정책 및 역사 왜곡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한·중·일은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정의로운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천=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