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투어라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올 시즌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상금 톱10 선수 가운데 절반이 미국과 일본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로 김효주(20·롯데) 김세영(22·미래에셋) 장하나(23·비씨카드) 백규정(20·CJ오쇼핑)이 떠났고, 김하늘(27·하이트진로)은 일본무대로 진출했다. 위기감을 느낀 KLPGA는 새로운 흥행 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KLPGA가 지난 1일 사상 처음 미디어데이를 개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깔려 있다.
#김효주 빈 자리는 누가 채우나
2006∼2008년 상금왕 3연패를 달성했던 신지애(27)가 미국무대로 떠났을 때도 이와 비슷한 위기감이 있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김하늘, 양수진. 김자영. 서희경, 유소연 등 스타들이 줄줄이 뒤를 이었고 KLPGA는 선수층이 더욱 풍성해졌다. 대회수도 늘었고 상금액도 매년 증액됐다.
지난해 역대 최고상금액(12억897만원)을 기록한 ‘슈퍼스타’ 김효주가 떠난 올 시즌에도 뒤를 이을 스타들이 즐비하다. 지난해 상금 톱10 가운데 국내에 잔류한 선수는 허윤경(25·SBI저축은행·상금2위)과 이정민(23·비씨카드·3위), 전인지(21·하이트진로·4위),이민영(23·한화·7위), 고진영(20·넵스·8위)이다. 아직 젊은 선수들인 만큼 우선은 이들 가운데 최고 스타가 탄생할 공산이 크다. 이미 허윤경과 전인지는 올해 LPGA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대회에 KLPGA를 대표해 출전해 선전했다. 이들과 함께 이정민이 가세, 치열한 3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2승을 올린 이정민은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지난해는 목표의 20∼30% 밖에 못 올린 것 같다. 올해는 몇 승이라고 꼽기보다 29개 대회를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전인지는 지난해 3승을 거두며 실력과 용모에서 스타성을 검증받았다. 올해 LPGA 투어 KIA클래식과 JTBC 파운더스컵에 잇달아 스폰서 초청선수로 출전하며 국제적인 선수로 시야를 넓혔다. 지난해 2승을 거둔 허윤경은 그동안 준우승도 7차례나 된다. 뒷심 부족 극복이 과제인 셈이다.
이들 외에 지난해 1995년생 돌풍의 한 축이었던 고진영, 김민선(CJ오쇼핑)도 1승씩의 여세를 몰아 새로운 각오로 뛰어들었다.
김민선은 “2년차 징크스가 없도록 스윙에 변화도 줬다. 전지훈련동안 약점이던 쇼트게임을 보완했기 때문에 올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승은 없었지만 상금랭킹 12위 장수연(21·롯데마트)도 언제든 우승을 넘볼 수 있는 다크호스다. 톱10에 12차례나 들었고, 7월 제주 삼다수 대회에서는 준우승 기록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박결과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했던 지한솔도 새로 가세, 선배들에게 도전장을 냈다.
#더욱 풍성해진 KLPGA 투어
불황에도 불구하고 KLPGA 투어는 지난해 27개 대회에서 29개(하나외환 챔피언십, 한일 국가대항전 제외)로 늘었다. LPGA투어 33개, 일본투어(JLPGA) 37개에 비해 대회 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시즌에 비해 2개 대회가 사라진 반면 삼천리, 비씨카드, BMW 등 4개사가 새로운 대회 스폰서로 참여했다. KLPGA 투어의 마케팅 효과를 믿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BMW는 첫 대회임에도 총상금 12억원을 내걸었다. 그동안 최고 금액이던 한화금융클래식과 같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총상금도 지난해 165억원에서 184억원으로 증액됐다. 대회 평균 총상금도 6억원에서 6억3440만원으로 늘었고 우승상금도 평균도 1억2000만원을 넘어섰다. 2010년 21개 대회 96억원 규모로 치러진 KLPGA투어는 이듬해인 2011년 19개 대회 99억6000만원, 2012년 21개 대회 120억원, 2013년 22개 대회 131억원 등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 3부 투어와 시니어투어를 포함한 총상금 규모는 사상 첫 200억원을 넘어 209억원이 됐다.
지난해 12월 2014 현대차 중국 여자오픈으로 첫 테이프를 끊은 정규시즌 은 오는 9일부터 4일간 제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에서 열리는 롯데마트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어 7월 넷째 주에 열리는 제16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까지 16주 연속으로 쉼 없이 대회가 열린다.
대회가 늘어나면서 체력이 성적을 좌우할 공산이 커졌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지난 동계훈련 동안 배에 복근이 두드러질 정도로 그동안 겪지 못한 혹독한 체력훈련을 견뎌냈다고 한다.
월별로 보면 7월 한 달 동안 4개 대회에서 30억원의 총상금이 주인을 찾아간다. 9월은 4개 대회에 28억원, 5월은 5개 대회 27억원이다.
한편 시즌 첫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는 LPGA에서 활약하는 김효주가 출전한다. LPGA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지만 소속사가 스폰서인 대회를 외면할 수 없다. KLPGA 투어 통산 6승을 기록 중인 김효주는 시즌 공식 개막전인 지난해 말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해 KLPGA 상금선두에 올라있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겐 내년 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도 주어진다. 또 멋진 세리머니를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포즈상’을 신설해 흥미를 더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스타들 떠난 KLPGA… ‘흥행 샷’ 우리가 날린다
입력 2015-04-07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