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문흥호] 신임 주중대사에게 바란다

입력 2015-04-06 02:20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신임 주중 대사로 부임했다. 김 대사는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육군 참모총장, 국방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군사안보 전문가다. 중국 관련 업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또한 그가 국가안보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을 긍정적으로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깊이 이해했을 것이다.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주중 대사가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언해 본다.

첫째,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에 대한 엄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박근혜, 시진핑정부 출범 이후 양국은 전략적 협력의 내실화를 한·중 관계의 기본 목표로 설정했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의 역대 정부가 한·중 관계의 격상을 암시하는 표현에 집착했던 것에 비하면 새로운 변화였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과연 얼마나 내실화되었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한·중 관계의 분야별 내실화 정도를 꼼꼼히 따져보고 그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구호에 머무는 내실화는 무의미하다.

민간 차원의 저변 건실하게 구축해야

둘째,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한 실질적 협력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안보현안은 한·중 관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불편한 부분이다. 그러나 피해갈 수는 없다. 한반도의 평화 안정은 우리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역시 그 필요성을 늘 강조한다. 서로가 절실히 원하는 것은 반드시 해법이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 미국 등 다른 변수들이 많지만 양국의 솔직한 논의와 공감이 좋은 변화의 시발점이다. 김 대사가 평생을 한반도 안보분야에 종사하며 호평을 받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다만 안보 관련 논의과정에서 지나친 ‘꼿꼿함’보다는 원칙 있는 유연성을 발휘하기 바란다.

셋째,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연계된 다자 틀 내의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즉 한·미, 중·미, 중·북 등 주변 역학 관계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양국 고유의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그 핵심은 신뢰 증진이다.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의 조화가 불가피한 숙제라면 국익 관점에서 사안별로 상호연계의 강약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안에 대한 일관된 원칙의 견지와 그와 결부된 국가 이미지 관리가 필요하다. 사드(THAAD)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놓고 과도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국익을 기준으로 자주적인 결정을 한다는 대외적 국가 이미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의 안보 관련 자주적 의지,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매우 강하다. 이를 계속 방치하면 중·미 관계의 변화 고비마다 더 큰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

한·중관계 분야별 내실화 정도 따져보길

마지막으로 한·중 관계의 저변을 보다 건실하고 다양하게 구축해야 한다. 민간교류의 건강한 발전이 양국 관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양 국민의 정서적 상호유대를 강화하는 ‘국민 체감적 교류’ 증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민간 차원의 저변이 건강하지 않은 관계 발전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물론 대사 한 사람이 한·중 관계 전반에 대한 짐을 모두 질 수는 없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역사적 전환기에 처해 있고 정치, 안보, 경제 분야의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대사의 냉철한 판단과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다행히 중국 주재 각급 공관에는 중국 문제 전반에 정통한 우수한 인력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들의 적절한 배분과 활용 여부는 한·중 관계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중 관계의 미래는 한반도의 미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