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완종(64·사진)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200억원대 횡령 혐의와 2000억원대 사기대출 혐의 등을 적용해 다음주 초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 수사의 첫 번째 구속영장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3일 성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경남기업 압수수색 이후 관련자 조사와 자료 분석을 통해 성 전 회장의 혐의 상당 부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소환은 신병처리를 위한 마지막 확인 절차 성격이 짙다.
성 전 회장은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명목으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로부터 모두 460억원의 융자금을 지원받아 해당 사업과 관련 없는 곳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남기업이 재무 상태를 속여 시중은행으로부터 부당대출을 받은 규모도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위해 수년간 관계사·계열사들과의 허위 거래로 실적을 부풀리거나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대여금 채권 등을 장부에 기재하는 수법 등으로 1조원 이상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성 전 회장은 가족 소유 업체를 동원해 230억원가량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든 혐의도 있다.
검찰은 앞서 성 전 회장의 부인 동모(61)씨와 회사 자금담당 부사장 한모(50)씨를 불러 성 전 회장의 직접 조사를 대비한 기반을 다졌다. 일부 임직원들로부터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회사 차원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은 검찰에서 “회사 운영은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진술 내용과 확보한 증거 등을 종합한 뒤 6∼7일쯤 성 전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으로 검찰 수사는 경남기업 측이 퇴출 저지 및 각종 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 당국이나 채권은행, 에너지 공기업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를 규명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2013년 10월 3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금융감독원 고위층이 채권단에 경남기업 측 편의를 봐달라고 외압을 행사한 의혹도 확인할 계획이다. 성 전 회장은 당시 금융 당국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다.
검찰은 재무 상태가 나쁜 경남기업에 융자금을 지원한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관계자의 사기 범행 가담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비자금 용처 추적과정에서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200억 횡령 2000억 사기대출… 檢, 성완종 다음주 영장 청구
입력 2015-04-04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