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여만의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이보다 더 오랫동안 장기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북한 핵 협상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옮겨가고 있다. 이제 북한만이 전 세계의 ‘핵 비확산 체제’를 위협하는 국가로 남게 돼서다.
그러나 북핵 협상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핵개발 장본인인 북한이 핵무기 보유 의지를 전혀 꺾을 의사가 없는 데다 협상 테이블이 북·미 양자협상으로 차려질지, 6자회담 ‘다자채널’로 차려질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핵을 바라보는 북한과 이란의 시각이 현격히 다르다는 것도 큰 변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두 나라의 핵 문제는 성격이나 여건, 지역정세 등 여러 면에서 대단히 다르다”며 “북한과 이란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언급했다. 이란이 경제제재를 푸는 열쇠로 여긴 반면, 북한은 세습 사회주의국가 체제 유지의 필수불가결한 생존수단으로 핵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실험을 3번 했으며 핵보유국이라고 공언한다”며 “그런 나라는 세상에 북한 딱 하나뿐”이라고도 했다. 본격 협상 이전에 김정은 정권의 핵 보유 의지를 먼저 꺾어야 하는 만큼, 이란보다 북한 핵 협상이 훨씬 험난하다는 의미다.
북한 핵 협상 최대 당사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기존의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보다는 북·미 간 ‘빅딜’을 선호한다. 6자회담 실효성이 거의 폐기됐다는 인식으로, 북한이 이 틀에서 약속했던 합의들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을 선호한다. 북핵 위협의 최대 피해자인 만큼 협상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은 6자회담 틀에 조속히 복귀하는 게 옳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임 대변인은 “북핵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해결 방식도 6자회담 같은 다자대화의 틀이 현재로선 가장 유용하다고 본다”고도 했다.
북핵을 잠재적 위협으로 여기는 중·일·러 역시 6자회담을 우선시한다. 미국도 다른 당사국들의 회담 재개 노력에 일정부분 동참하는 모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재개 조건에 대해선 (북한을 제외한) 5자 간 의견이 합치됐다. 이제 북한은 협상부재나 상황교착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관건을 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협상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란 핵 협상에 반대하는 공화당 설득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자대화든 6자회담이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동력이 모자란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정부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보면 이란 핵 협상 타결이 북한이 결국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복토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존재한다. 다른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전혀 안 나온다고 하면, 북한이 더 어려운 게임을 벌이게 되는 것”이라며 “북한에 더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국제사회의 압박과 대화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이란 핵 협상은) 북핵에도 함의가 크다”고 언급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2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개발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최종 합의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이란核 타결… 이제 北核방정식 푼다
입력 2015-04-04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