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이 2일(현지시간) 타결되면서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혹독한 공급과잉의 상태에 빠져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종합의문이 나오는 6월 말로 다가갈수록 유가는 눈에 띄게 주저앉을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들은 이란발(發) 유가 하락에 전전긍긍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로선 8100만 인구 대국인 이란에 대한 수출 확대 및 건설수주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잔뜩 고문된 분위기이다.
◇100만 배럴 공급과잉에 또 다른 100만 배럴 더해져=현재 원유는 전 세계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생산돼 하루 100만 배럴 공급과잉 상태다. 이란은 확인 매장량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 2위의 원유 부국이다. 단순한 시장 참여자가 한 명 더 늘어나는 게 아니라 ‘걸리버급’ 새로운 강자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핵 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의 참가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분야 전문가인 아바트레이드의 나임 아시암 수석애널리스트는 경제매체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하루 100만 배럴 생산능력을 가진 나라”라며 “이란의 참여는 국제유가 시장에는 메가톤급 펀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2011년까지 하루 평균 21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지만 지금은 100만 배럴 정도의 생산능력만 유지한 상태다.
아울러 이란의 현재 원유 비축량이 2000만 배럴에 달해 이 물량이 빠르게 시장에 풀릴 경우 시장충격은 더욱 클 수도 있다.
다만 6월 말까지는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융 전문지인 가트만레터의 데니스 가트만은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6월 이후 유가가 급락할 것이란 전망 때문에 기존 산유국들이 그때까지는 공급을 줄여 가격을 떠받치려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유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전문지인 CMC마켓의 콜린 키에스진스키도 “제재 해제의 시간표가 상세히 제시됐다면 유가도 급락했겠지만 지금의 두루뭉술한 합의로는 국제유가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이 원유 수출전선에 다시 나설 경우 중동산 원유 주수입국인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이 보다 저렴하게 원유를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전망 때문에 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95센트(1.9%) 내린 배럴당 49.14달러로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2.01달러(3.52%) 하락한 배럴당 55.09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한국 기업들 대이란 수출 기대감에 반색=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 등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면 국내 건설·플랜트를 비롯해 정유·석유화학, 철강, 조선, 해운, 항공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건설,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미 2013년 11월 핵 협상이 잠정 타결된 이후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특히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가 본격화되면 가스 및 정유 플랜트 발주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자금줄에 숨통이 트인 이란이 각종 인프라 건설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이란이 중동에서는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만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향후 전자제품 및 자동차 수입도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병호 노용택 기자 bhson@kmib.co.kr
“30달러 시간 문제”… 산유국 이란 컴백에 유가추락 예고
입력 2015-04-04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