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올해도 자주 만나겠네요… 세계 연극계, 3년간 셰익스피어가 점령

입력 2015-04-06 02:39 수정 2015-04-06 10:01
명동예술극장이 제작하는 연극 ‘리어왕’의 타이틀롤로 분장한 배우 장두이.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4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탄생 450주년이고, 2016년은 타계 400주년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국내외 연극계 화두는 셰익스피어다. 고국 영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곳곳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이 잇따라 공연되고 있다. 뛰어난 상상력과 특유의 통찰력으로 쓰인 그의 작품들은 시대와 문화권을 뛰어넘어 감동과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올봄 셰익스피어 연극 2편이 나란히 주요 극장 무대에 오른다. 명동예술극장의 ‘리어왕’(4월 16일∼5월 10일)과 예술의전당의 ‘페리클레스’(5월 12일∼5월 31일)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속하는 ‘리어왕’은 착한 막내딸을 내친 뒤 다른 두 딸에게 버림받고 미쳐버린 리어왕을 그리고 있다. 가족관계의 파국을 다룬 만큼 현대로 올수록 셰익스피어의 다른 어떤 비극보다 주목받고 있다.

연출은 ‘못생긴 남자’ ‘황금용’ 등 주로 독일 연극으로 각종 상을 휩쓸었던 윤광진이 맡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처음으로 하는 그는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굉장히 현대적이고 단순하고 명확한 힘이 있어 원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며 “‘리어왕’은 세대갈등, 노인문제 등 우리시대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만큼 관객들이 다양한 초점으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틀 롤은 그와 2012년 연극 ‘아메리칸 환갑’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장두이가 맡았다.

‘페리클레스’는 셰익스피어의 후기 4대 로맨스극의 하나로 생전엔 ‘리처드 3세’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사후 한동안 공연되지 않다가 19세기 중엽 다시 부활했다. 해외에서는 종종 올려지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다.

주인공 타이어의 영주 페리클레스는 선량한 인물이지만 폭군인 안티오쿠스에게 쫓기는 신세가 돼 피신을 떠난다. 여행 도중 난파 및 아내, 딸과의 이별 등 온갖 시련을 겪는다. 그러나 인내를 갖고 참아낸 끝에 재회한다.

‘한여름밤의 꿈’ ‘십이야’ 등 한국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양정웅은 이번에 원작 대본을 거의 살리되 현대적 스타일로 연출할 예정이다. 양정웅은 “긴 여행 속에 인생에 대한 희망과 긍정을 담은 ‘페리클레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줄 것”이라고 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