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는데 위협을 느낀 일본은 2010년대 들어 민관이 손을 잡고 ‘쿨 재팬(Cool Japan)’ 전략을 추진했다. ‘쿨 재팬’은 일본의 문화 콘텐츠 가운데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패션, 음식 등의 해외 진출을 통해 자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대표적 상품으로 ‘2.5차원 뮤지컬’이 최근 떠올랐다. 국내에 이름조차 생소한 2.5차원 뮤지컬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무대화한 것이다. 배우들이 원작 속 인물을 무대 위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3월 문화예술계 주요기업 50여개가 모며 ‘일본 2.5차원 뮤지컬협회’를 발족했으며 지난 3월 도쿄에 전용극장도 들어섰다.
일본은 미국, 영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뮤지컬 시장을 갖고 있지만, 구미 작품이 주로 상연돼 왔다. 완성도와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둔 창작 뮤지컬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미 스타일은 아니지만 높은 인기와 수익을 안겨주는 창작 뮤지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팬을 거느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2.5차원 뮤지컬이 바로 그것이다.
1974년 초연된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효시지만 지금과 같은 붐을 일으킨 작품은 2004년 초연된 네르케 플래닝의 ‘테니스의 왕자’다. ‘테니스의 왕자’가 에피소드별로 시리즈를 만들어 성공한 이후 많은 제작사들이 2.5차원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5차원 뮤지컬은 2010년 30편, 2011년 29편, 2012년 58편, 2013년 70편이 제작돼 급증 추세다. 관객도 2011년 57만 명에서 2013년 160만 명으로 늘었다. 근래에도 ‘나루토’ ‘플루토’ ‘박앵귀’ ‘흑집사’ ‘전국 바사라’ ‘겁쟁이 페달’ ‘블리치’ 등이 제작됐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끈 작품들이다.
이에 따라 일본 공연계는 2.5차원 뮤지컬을 고유 장르로 확립,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열린 만화와 애니메이션 엑스포에서 2.5차원 뮤지컬을 적극 홍보 중이다.
이 뮤지컬 가운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 작품이 두 달여 뒤 한국에서 공연될 ‘데스노트’다. 오바 쓰구미가 글을 쓰고 오바타 다케시가 그림을 그린 원작만화는 전 세계에서 3000만부 이상 팔렸고 애니메이션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고교생 야가미 라이토가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이 죽게 되는 사신의 공책(데스노트)를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대형 공연 제작사 겸 매니지먼트사 호리프로가 제작했으며 일본의 대표적 연출가 구리야마 다미야가 연출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황태자 루돌프’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맡았다. 4∼5월 일본 공연에 이어 6월 20일∼8월 9일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한국 공연은 JYJ의 소속사 씨제스가 라이선스를 획득해 직접 제작한다. 현재 뮤지컬계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하는 홍광호가 극중 라이벌로 연기 경쟁을 벌이게 된다.
국내 뮤지컬계는 ‘데스노트’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불러일으킬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테니스의 왕자’는 문화교류 형식으로 각각 2005년, 2008년 공연됐지만 우리 관객의 외면을 받은 바 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무대에 그대로 재현하는 2.5차원 뮤지컬이 유치하게 느껴진 탓이다.
그러나 ‘데스노트’를 필두로 2.5차원 뮤지컬이 국내에 안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CJ E&M 공연사업본부 박민선 본부장은 3일 “남자배우 팬덤이 강한 국내에서 김준수의 출연으로 흥행은 보장됐지만 작품적인 면에서 한국 관객에게 어필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도 “‘데스노트’는 다른 2.5차원 뮤지컬에 비해 연출가나 작곡가 등 면면을 볼 때 만듦새가 한 차원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해외 진출 테스트 성격이 강한 이번 공연이 성공을 거두면 일본이나 한국 뮤지컬계 모두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한류 맞서는 ‘쿨 재팬’ 뮤지컬, 본격 상륙 채비… ‘데스노트’에 김준수·홍광호 캐스팅
입력 2015-04-06 02:37 수정 2015-04-06 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