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자원개발 투자실패 규명·수습 서둘러야

입력 2015-04-04 02:40
역대 정부에서 핵심정책으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이 거액의 혈세만 낭비하고 성과 없이 끝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이와 관련한 감사원 내부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3일자에 보도한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쪽박’은 고사하고 가히 재앙 수준이다. 감사원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03년부터 지난 3월까지 추진한 116개 해외자원개발사업 중 24개 사업을 정밀 분석했다. ‘주먹구구식 투자’ ‘묻지마 투자’의 사업 백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사업에 가스공사는 3538억원을 투자했다. 이슬람국가(IS)의 점령 지역이라 가스전 사업은 중단됐다. 하지만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제 계약에 따라 앞으로도 2조9249억원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공사와 자원공사는 손실이 아까워 떠나는 외국 회사 지분까지 인수했다. 이러니 ‘국제 호갱’(호구+고객)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들 3개 기관이 투자한 금액은 총 31조4000억원이다. 더 큰 문제는 34조3000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하고 단기 차입 위주로 자금을 조달한 이들 공기업은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있다. 향후 5년간 갚아야 할 부채 총액이 무려 22조6850억원에 달한다. 눈덩이 손실을 방치했다간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것이 뻔하다. 사태수습이 시급하다.

해외자원개발은 장기적 자원 확보에 따라 수십년을 내다보면서 추진해야 한다. 정권 차원을 넘어서 일관되고 치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지, 부실의 실태와 원인은 무엇인지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총체적 재평가를 해야 하는 이유다. 사업 주체를 민간에 이양하는 등 사업체계 및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동반돼야 한다. 헛돌고 있는 국회 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도 성역 없는 조사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