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재단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아주 좋은 건물을 선물로 주셨다. 친구처럼 지내는 한 저축은행장이 “회사가 있는 부천 요지에 상가로만 지어진 큰 건물이 매물로 나왔는데 무조건 사라”고 권했다. 처음엔 사양했는데 월세만 받아도 그 돈으로 대출금을 갚아 나갈 수 있다며 자신이 나서 모든 서류처리를 해주었다. 그 바람에 덜컥 건물이 생겼다. 바로 이 건물을 내가 장학재단에 기증함으로써 매년 이곳에서 나오는 5억여원의 월세가 장학재단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는 평소에 장학재단에서 장학금만 전달하고 덜렁 사진만 찍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비전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재단 설립을 위한 자료 및 정보를 세세하게 챙기며 철저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드디어 2008년 7월 1일, 상록수장학재단이 발족됐다. 나는 이사진과 실무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곤궁한 환경의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일은 거룩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삶을 변화시켜 지혜와 바른 가치관을 갖게 합니다. 저처럼 어려운 환경으로 진학을 포기했던 친구들에게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길 저는 늘 기도했습니다. 이제 그 뜻을 이루어 상록수장학재단이 설립됐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귀한 뜻과 사랑이 담긴 씨앗이 무성하게 자라 풍요로운 열매를 맺도록 여러분이 힘을 모아 주십시오.”
나는 이 장학재단이 주님께 기도하며 서원한 결과물임을 강조하며 반드시 이 속에 기독교신앙과 가치관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시키신 일이기 때문이었다.
2009년부터는 중고등학생을 선발하여 제1회 장학금을 지급하고 꾸준히 지급대상 인원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2014년까지 대학생을 포함하여 1249명의 학생들에게 14억278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향후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재단의 혜택이 제공될 수 있도록 장학금 지급 대상 인원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또 서울보다는 지방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해 고향 김천 지역에 좀 더 많은 학생들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매년 1월에 장학생을 선발하고 2월 및 8월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청소년들이 꿈과 비전을 갖고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상록수장학재단은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을 서로 멘토로 엮어 수시로 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1년에 2차례 정도 캠프를 열어 유명 강사나 선배들을 초청해 유익한 강의를 듣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장학회에서 해외봉사활동도 데려가고 매사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일에 치중했다.
상록수 장학생인 J양(24)은 지난해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올해 대학원(외교학)에 들어갔다. J양은 “환경적으로 매우 어렵고 힘들었을 때 상록수재단의 장학금은 큰 힘이 되었다”며 “그 감사함으로 요즘 캠프 때마다 가서 고교생들의 고민상담도 해주고 많은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려고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난 이 장학생들이 서로 끈끈하게 연결돼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서로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학생들도 지부를 만들어 자신들끼리 모여 찬양도 하고 기도하는 것을 볼 때 아주 흐뭇하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 한국의 귀한 일꾼들을 많이 배출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역경의 열매] 이상춘 (14) 곤궁한 학생들에 장학금 지원은 ‘거룩한 투자’
입력 2015-04-06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