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일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에 ‘지정 취소’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두 학교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14일부터 진행되는 청문에서 평가 점수가 저조한 이유를 충분히 해명하고 개선 의지를 보인다면 결과가 바뀔 수 있다. 또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않으면 특목고·국제중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평가 대상 13개 특목고·특성화중 가운데 왜 하필 이 두 학교였을까.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외고는 여러 정량 지표에서 점수가 다른 학교보다 낮았다. 남신동 외고평가위원장(가톨릭대 겸임교수)은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외고 본연의 기능을 평가했는데 상당수 외고가 입시 명문고란 사실을 홍보하고 있었다”며 “특히 서울외고는 특정 평가항목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영훈국제중은 입시비리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학교 재단인 영훈학원은 김하주 전 이사장의 지시로 2012학년도 입학전형에서 같은 법인 산하 영훈초 출신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지원해 입학한 과정에 대해서도 부정입학 논란이 일었다.
두 학교 측은 일단 청문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경석 서울외고 교감은 “어문계열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다른 외고보다 많은 편인데 (지정 취소 대상이 된) 원인을 전혀 모르겠다”며 “비리나 금전적 문제가 없어 떳떳하게 청문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군천 영훈국제중 교장은 “2013년부터 관선이사가 파견돼 비리와 관련된 부분을 다 없앴다”며 “국제중 설립 취지에 맞게 교과과정을 운영 중이어서 지정 취소까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최종 권한은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가 ‘재지정 취소’를 거부하면 모든 결정은 무효가 된다. 지난달 교육부가 공포한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시·도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나 특목고 등을 지정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기존 ‘협의’라는 단어를 ‘동의’로 한 단계 강화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문 이후 교육청에서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위원회를 구성, 평가 절차가 적절했는지 다시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는 지난해 자사고 재지정 문제로 충돌했다. 이번에도 특목고·국제중을 둘러싸고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하지만 영훈국제중은 입시 비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서 지정 취소 동의 요청이 올 경우 거부하기 어려우리란 전망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서울교육청 ‘지정 취소’ 칼 뺐지만… 서울외고·영훈국제중 기회 두 번 남아
입력 2015-04-03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