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4월 2일, 벽안의 두 선교사가 부산항에 내렸다. 미국 감리교와 장로교에서 각각 파송한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와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였다. 부산은 이들이 최종 목적지인 인천으로 가는 길에 들른 기착지이자 처음으로 밟은 조선 땅이었다. 아펜젤러와 언더우드는 부산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인천으로 출발해 부활절이던 4월 5일 제물포항에 도착했다.
한국 기독교의 초석을 다진 두 선교사의 내한 13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가 2일 부산 동구 부산제일감리교회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주최로 열렸다. 예배에는 기감 관계자와 부산 지역 목회자와 평신도, 서병수 부산시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전용재 기감 감독회장은 환영사에서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는 어둠과 무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우리 민족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독립정신까지 불어넣었다”며 “두 선교사의 활동은 한국 감리교와 장로교, 현재의 대한민국의 ‘기초’가 됐다”고 말했다.
전 감독회장은 “아펜젤러와 언더우드는 교단은 다르지만 형제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협력한 분들”이라며 “두 선교사가 교파를 초월해 힘을 합쳤다는 점은 분열돼 있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는 조선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쳤다. 이분들의 삶과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교는 정영택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이 맡았다. 정 총회장은 ‘증인의 진정성’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 내한 130주년을 맞아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리스도의 증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총회장은 “감리교가 주최한 예배여서 (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왔다”며 “아펜젤러가 처음 한국에 왔던 1885년 그의 몸무게는 90㎏이었다. 그런데 1890년에는 63㎏으로, 1901년에는 59㎏로 줄었다고 한다”며 “주님의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몸무게가 이렇게 빠졌겠는가. (아펜젤러처럼) 주님만 바라보는 ‘증인의 진정성’을 회복하자”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이인건 부산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두 선교사가 130년 전 조선 땅을 처음 밟은 날짜에 당시 조선선교의 관문이었던 부산에서 감사예배를 드리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교회는 아펜젤러와 언더우드의 이름을 절대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펜젤러가 입국한 1885년에는 미국 감리교 선교사인 메리 스크랜턴(1832∼1909)과 윌리엄 스크랜턴(1856∼1922) 모자(母子)도 입국해 우리나라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기감은 오는 5∼10일 이들 감리교 선교사의 내한 13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와 학술 심포지엄 등을 잇달아 개최한다.
부산=글·사진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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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펜젤러·언더우드 내한 130주년] 두 선교사 삶과 정신 계승해야… 기감, 부산서 기념예배
입력 2015-04-03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