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만큼 어려운 개화기 예측… 이상고온에 춤추는 벚꽃축제

입력 2015-04-03 02:45
꽃무리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2일 호남지역 최고의 도심 벚꽃 명소인 전주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이 예년보다 일찍 개화한 벚꽃 길을 거닐고 있다. 전주동물원 제공

전북 전주동물원은 호남지역 최대 규모의 동물원이자 도심 벚꽃의 명소이다. 동물원 측은 해마다 벚꽃 만개시기에 맞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고 1.5㎞의 벚꽃 길에 형형색색의 조명을 비춰 시민들에게 색다른 장관을 선사했다.

동물원 측은 올해 야간 개장 일정을 당초 13∼19일로 잡았으나, 벚꽃이 예상보다 일찍 피는 바람에 3차례나 날짜를 앞당겼다. 결국 올해 야간 개장은 4일 시작돼 10일까지 계속된다.

이상기온으로 벚꽃 개화와 절정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이 행사 일정을 잡느라 고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때 명성을 날렸던 축제를 아예 없애거나, 명칭을 바꿔 문화공연 위주로 바꾸고 있다. 특히 올해 열흘 가까이 낮 최고기온이 20도가 넘으면서 벚꽃이 예년보다 빨리 피어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2일 강원도 강릉시에 따르면 강릉 경포벚꽃잔치가 3일 개막해 10일까지 경포호수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 잔치는 2년 전엔 4월 10∼16일 열렸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며칠씩 앞당겨졌다. 강릉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폭설이 내려 4월 중순으로 일정을 잡았으나, 갑자기 날씨가 푸근해 지면서 꽃이 일찍 피어 2번이나 날짜를 당겨 4월 5일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때 100리 번영로 벚꽃 길로 명성을 날렸던 전북 군산의 축제에서는 ‘벚꽃’이라는 이름이 아예 사라졌다. 군산시는 1990년대에 시작된 ‘군산 벚꽃축제’를 2006년부터 ‘군산 벚꽃예술제’로 변경해 개최해왔지만 3년 전 이마저도 폐지했다. 군산시는 대신 ‘두레누리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축제 일정을 벚꽃 개화 절정기에 맞추는데 어려움이 많고 특색도 떨어져 벚꽃을 주제로 한 행사는 치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읍시의 ‘정읍천변 벚꽃축제’는 2011년 중단된 뒤 열리지 않고 있다. 김제시도 ‘모악산 벚꽃잔치’에서 벚꽃을 빼고 ‘모악산축제’로 명칭을 바꿨다.

매년 4월 1∼10일 열리는 경남 진해 군항제의 경우 올해는 때마침 꽃이 활짝 피었지만, 가끔 3월 중하순에 피는 바람에 관람객들에게 아쉬움만 남겨 준 적이 적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청도 지난해 ‘여의도봄꽃축제’를 4월 12일 개막할 계획이었으나, 날씨 탓에 1주일 앞당겨 시작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결국 시민과 관람객들이 꽃을 보며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또 경찰의 교통 협조와 공연단체 섭외 등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