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 발 씻겨주다… NCCK 진도 순례기도회

입력 2015-04-03 02:07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황용대 회장(오른쪽)과 김영주 총무(가운데)가 2일 전남 진도군 석교초등학교에서 열린 성목요일 예배에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NCCK 제공

4월의 바닷바람은 매섭게 몰아쳤다. 하늘은 금세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처럼 잔뜩 찌푸렸다. 2일 오후 2시 전남 진도군 석교삼거리에 선 70여명의 사람들은 옷깃을 재차 여몄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한 성목요일 예식에 참석한 이들이었다. 참석자들이 ‘실종자 완전 수습, 세월호 온전한 선체 인양,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이라고 적힌 노란 조끼를 입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서대문) 총무 이삼용 목사의 기도소리가 울려 퍼졌다.

“1년 전 뜻하지 않은 참사로 이 나라와 이 민족, 세계 모든 이들에게 슬픔을 안겨줬던 것을 다시 한 번 회개합니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를 모두 수습하고, 온전히 선체를 인양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완전히 규명하게 하소서.”

이 목사의 기도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순례기도에 나섰다. 목적지는 약 10㎞ 떨어진 팽목항. 지난해 4월 16일 이후 통곡과 절규가 멈추지 않는 팽목항까지 걸으며 세월호 참사의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의지였다. 순례 중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참석자들은 기도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윤경로(69) 새문안교회 장로는 “고난주간 동안 세월호 참사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기도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걷는 내내 세상을 떠난 이들을 떠올리며 영원히 기억하고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3시간 동안의 순례기도를 마친 뒤에는 진도 석교초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과 함께 성목요일 예배를 드렸다. 예배 인도를 맡은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유시경 신부는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이곳에 모였다”며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처럼 세월호 가족들의 발을 씻겨 주며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자”고 말했다.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 김철환 목사는 ‘하나님 은혜를 보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선포했다. 김 목사는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보며 하나님의 은혜를 보았다고 하면 아마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 비극으로 우리나라가 한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위대한 나라로 바뀐다면 4월 16일은 역사에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픔의 크기만큼 하나님의 위로도 분명 크다”며 “언젠가 위로가 깊은 하나님의 은혜를 볼 날이 올 것”이라며 세월호 가족들을 격려했다.

NCCK 황용대 회장과 김영주 총무 등 한국교회 대표들과 예식 참석자들이 세월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의 발을 씻겨 주는 세족례도 열렸다. 이들은 자신의 팔을 걷어붙이고 가족들의 지친 발을 씻기고 주무르며 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했다.

진도=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