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목회자들 발 씻겨주다… 기독교원로목사회 세족식

입력 2015-04-03 02:34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 소속 원로목사들이 2일 경기도 광주 광림수도원 기도공원에서 열린 ‘한국교회 회복을 위한 특별기도회 및 세족식’에서 후배 목사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광주=강민석 선임기자

“제자들의 발을 씻긴 예수님의 마음으로 후배 목사들을 사랑하겠습니다.”(염시동 원로목사·81). “원로목사님들의 섬김의 모습을 통해 새 희망과 용기를 얻었습니다.”(한은수 목사·50).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한기원·대표회장 서상기 목사)는 고난주간을 맞아 2일 경기도 광주 광림수도원 기도공원에서 원로목사들이 후배 목사들의 발을 씻겨 주며 섬기는 ‘세족식’을 열었다.

이날 세족식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며 섬김과 봉사의 도를 보이신 것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다. 선후배 목사 간 존경심과 사랑이 희미해져 가는 세태 속에서 선배인 원로목사들이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후배 목사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사랑의 선언’이기도 하다.

세족식은 원로목사 10여명이 손수 발을 씻겨 주며 후배 목사에 대한 사랑을 적극 실천해 가슴 뭉클한 시간이 됐다. 원로목사들은 양복저고리를 벗어젖힌 채 축복기도를 한 뒤 후배 목사들의 발을 구석구석 씻겨 주고 물기까지 닦았다.

후배 목사의 발을 씻겨 준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행사에 참가했다는 한기원 명예회장 이상모(84) 원로목사는 “후배 목사의 발을 씻겨 주듯 원로목사들이 겸손하게 남은 삶을 살아간다면 한국교회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 목사들은 더 기뻐했다. 김진옥(58·서울지구촌교회) 목사는 “처음엔 원로목사님들이 발을 너무 구석구석 닦아줘 민망했지만 진정한 사랑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한은수(예수교대한감리회 웨슬레협의회 감독) 목사는 “선후배 목사 간에 새로운 의미를 주는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목회자들은 한마음으로 이 민족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건한 민족이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교회마다 거룩함을 회복하고 전도의 열정이 가득한 교회가 되길 기원했다. 기아와 박해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인권이 회복되고 복음통일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통성으로 기도했다.

한기원 전 대표회장 강만원(87) 원로목사는 설교에서 “달은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종교인들이 돼선 안 된다”며 “고난주간에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요 1:29)을 발견하고 뒤따르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기원 이사장 민승(78) 원로목사는 특별기도에서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가 성장하며 남북이 통일돼 하나님의 거룩한 나라와 백성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한국교회원로목회자의날 실행이사회 상임이사 이상형(77) 사관은 “세족식의 의미는 예수님의 섬김과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다”며 “한국교회 선후배 목사간의 정이 예전 같지 않지만, 그럴수록 선배 목사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광주=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