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부인인 강윤형씨가 600만원 보수를 받는 제주교육청 직원으로 일하는 건 부적절한 걸까, 권장할 일일까. 강씨가 제주교육청 학생건강증진센터 정신의학과 전문의로 채용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강씨에게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쪽은 광역단체장의 부인이 남편 관할 교육청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건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원 지사의 힘이 미칠 수 있는 영역에서 일하는 건 속사정이야 어떻든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상식에선 월∼목요일 4일 일하고 한달에 600만원을 받는 건 고액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원 지사와 강씨는 그런 비판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강씨가 일하는 학생건강증진센터는 도교육청이 학생들의 우울·자살·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행동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조기발견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시설이다. 요즘 학생들의 정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제주도내에는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가 6명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지원자가 부족했다.
그런데 강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다. 지난해 원 지사를 따라 제주에 내려오면서 서울의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직을 내려놨다. 도교육청 입장에서는 강씨가 중요한 자산인 셈이다.
도 관계자는 “도교육청은 세월호 사고당시 단원고 학생들을 상담했던 양수진씨를 2월말 채용한 뒤 한달 넘게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며 “그래서 강씨에게 간곡히 부탁했으나 강씨와 원 지사는 혹시 논란이 있을까봐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계속되는 요청에 강씨는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했으나 그건 선거법위반(기부행위)이어서 결국 보수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당초 책정된 보수는 1200만원이지만 반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강씨의 계약기간은 오는 6일부터 12월까지 임시채용 형태이며 다른 적임자가 나타나면 사직하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강씨는 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는데 꼭 필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라 오히려 교육청이 큰 도움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생각해 봅시다] 원희룡 지사 부인 제주교육청 전문의 채용
입력 2015-04-03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