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노재경] 기독교 문화벨트 구축할 때다

입력 2015-04-03 02:58

2015년 부활절이 눈앞에 다가왔다. 부활절은 한국교회뿐만 아니리 사회적으로도 적잖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조선에 복음을 가지고 들어온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첫발을 내디딘 날이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이 복음은 우리 민족의 영적 정신적 여명을 일깨우고 새로운 비전을 갖게 했다. 한민족이 새롭게 도약하는 기폭제로서 그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해 왔다.

지난달 11일자 국민일보 기사는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다. 일부 기독교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풍수지리나 사주 강좌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담당자들이 단순히 생활밀착형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으로만 여겼을 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기독교가 아직도 우리 민족 문화에 깊이 착근돼 있지 못하다는 단적인 증거다.

민족의 문화를 단층적으로 살펴보면 토속 신앙을 기저로 유·불·선의 종교적 요인들이 우리 민족의식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일본의 문화와 그 아류를 모방하는 대중문화가 지배적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는 포스트모더니즘 논쟁과 그 여파로 극단적 개인주의가 대두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정보화에 따른 기술문명의 급속한 확산으로 정신적 가치를 뒤로 한 채 개인주의, 세속주의, 감각주의를 추구하는 현상이 우리 문화에 나타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기독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종교의 기능은 4가지다. 첫째, 사회결속력을 견고히 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을 형성해 주는 것이다. 둘째, 사회에 도덕적 기준과 행위규범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를 통합하고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제재와 통제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이다. 셋째,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삶의 의미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넷째,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해줌으로써 기존 사회질서 전반에 안정을 주는 것이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공동체적 관점에서 종교의 기능을 개인들에게 공통된 가치를 형성하게 하는 것이라고 봤다. 하나의 집단과 사회로 통합시키는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사회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종교가 사회화 역할을 바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사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기독교 문화벨트를 꿈꿔야 한다. 교회는 그동안 나름대로 일련의 문화적 행위들을 해 왔다. 미시적으로 성례를 비롯한 교육적 행사들이 있었고 거시적으로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성탄절의 절기행사들이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일들을 단순 반복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회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창조·접목함으로써 재(再)사건화해야 한다. 교회 전체 문화를 한 꾸러미로 엮어내는 작업, 이것이 21세기의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을 수행하는 것이다.

시간은 우리에게 말한다. 봄은 봄의 언어를 가지고 말한다. 2015년 부활절, 한국 문화의 재탄생을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생명의 충만함, 죽어 있는 것을 살려내는 문화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유난히 4월의 햇빛이 밝다.

노재경 목사 (예장합동 총회교육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