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대관 탈락 문제로 지난 5개월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서울연극제가 4일 개막한다.
서울연극제는 올해로 36회를 맞는 연극계 최대 행사다. 그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열렸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015년 정기 대관공모 선정에서 사상 처음으로 탈락했고, 연극계는 ‘연극 탄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것에 대한 표적 심사라는 주장도 나왔다.
연극계는 대관 심사 재심의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궐기대회 개최, 한국공연예술센터 고소 등으로 대응했다. 결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1월 연극계 요구를 일부 수용해 아르코예술극장을 서울연극제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이후 젊은 연극인들을 사이에서는 서울연극제의 공정성 및 예술성 저하에 대한 자성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연극제는 ‘연극은 시대적 희망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4일부터 5월 10일까지 37일간 아르코예술극장을 비롯해 대학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개막작 ‘만주전선’(박근형 작·연출) 등 공식 참가작 7편과 자유 참가작 8편을 포함해 31개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같은 시기에 아마추어 연극제인 서울시민연극제 등도 펼쳐진다.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서울연극제는 지난해 대관 탈락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뒤 열리는 것이라 어느 때보다 뜻이 깊다”며 “1년에 1번 여는 잔치인 만큼 연극인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연극계 전체 발전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간담회는 대학로 소극장들이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잇따라 폐관 위기에 처하는 등 최근 한국 연극계의 현실을 토로하는 장으로 바뀌었다. 당장 ‘한국 창작연극의 장’이라는 서울연극제만 해도 적은 예산으로 근근이 행사를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박 회장은 “올해 서울문화재단에서 2억900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이것은 명동극장 등 큰 극장이 한 작품에 쏟는 비용보다 적은 수준”이라며 “아무래도 예산이 적다 보니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연극협회는 2년 전부터 서울시와 함께 대학로 장기발전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시연극발전협의회’를 만들었지만 아직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 회장은 “서울연극제를 포함해 비상업 연극단체들이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장기 발전 비전을 마련해 내년부터는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소극장 잇단 폐관 위기 속 연극제 대관 선정 잡음까지 ‘시련의 서울연극제’ 다시 희망을 말하다
입력 2015-04-03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