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지 재정의 중복 지출과 누수를 근절해 연간 3조원 이상을 아끼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완구 총리는 1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최근 제기된 국민부담 증대(증세)나 복지 구조조정 논쟁에 앞서 있는 돈이라도 알뜰하게 쓰는 노력을 앞세우는 것이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중앙정부 내 부처 간 겹치는 복지사업을 통합하고 기초생활 보장, 건강·고용보험 등의 부정 수급을 철저히 막겠다는 것 등이다. 지난 10여년간 복지 지출을 급속히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긴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를 척결하는 것은 백번 옳은 일이다.
중앙부처가 시행하는 복지사업은 2011년 290여개에서 올해 360개여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것이 48개나 된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의 기초연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수수당, 가정양육수당과 손주돌보미지원금처럼 비슷한 복지 지원금이 많다. 농어촌 주택개선사업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3개 부처가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다. 복지부의 어린이집 운영지원사업과 유사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도 복지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유사·중복사업 정리를 통해 연간 8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상당 부분이 ‘공약 가계부’의 재탕에 불과해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 정부 출범 직후 ‘공약 가계부’에서 5년간 10조5000억원을 절약하겠다며 내놓은 ‘복지행정 개혁’도 중복·유사사업 통합과 재정 누수 차단 방안 등을 담았다. 장수수당만 해도 정부가 지난해 기초연금 제도를 시작하면서 이를 폐지하라고 권고했지만 지자체들은 수혜자 반발을 이유로 손을 대지 않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절감하기 위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 합리화나 보조금 일몰제도 매번 나오는 대책이지만 늘 현장에서 반발에 부닥쳤다. 그렇다면 이 정책들이 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과 개선책부터 나와야 한다.
복지지출 절감 방안이 자칫 도를 지나쳐 무리한 지출 축소로 이어질 경우 마땅히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이 소외되는 사태도 경계해야 한다. 부정 수급자를 적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송파 세 모녀’처럼 지원이 절실한 사람들이 정작 못 받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혹은 더 중요하다. 일선 복지 공무원 한 명이 맡는 복지 대상자가 1500명 정도 된다. 전달체계의 획기적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일선 복지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 가운데 과로사나 자살이 가장 많은 부문이 복지 쪽이다. 복지 공무원을 늘릴 예산이 없다면 업무가 줄어든 분야의 공무원을 복지 업무 쪽으로 대거 돌리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사설] 복지예산 누수 다잡되 지원 사각지대는 없애야
입력 2015-04-03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