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세법·프로그래밍 등 종횡무진 공대출신 사무관 위기 때 빛났다

입력 2015-04-03 02:35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기획재정부의 요직은 경제·경영학과 등 상경계 전공 출신이 독식하고 있다. 국장급만 보면 24명 중 17명이 상경계열 학과 출신이다. 이공계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이런 기재부에서 최근 이공계 출신 사무관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포항공대 출신의 소득세제과 이현우(31·행시 54회) 사무관이다.

이 사무관이 이공계 출신의 장점을 살린 계기는 지난 2월부터 불어닥친 연말정산 대란이었다. 정부는 기재부, 국세청 등으로 구성된 ‘연말정산 종합대책단’을 만들고 지난달 11일부터 시뮬레이션 작업을 시작했다. 근로소득자 1600만명의 연말정산 결과를 토대로 여러 후속조치를 가정하고 그 효과를 산출하는 작업이다. 기재부가 후속조치 방안을 강구하고, 국세청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두 기관 간 협업은 쉽지 않았다.

김건영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모르다보니 세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프로그래밍돼야 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때 기재부와 국세청의 가교 역할을 했던 사람이 이 사무관이다. 프로그래밍하기 편하도록 세법 내용을 풀어 설명했고, 일손이 부족할 때 국세청에서 프로그래밍 업무를 도왔다. 특히 지난달 초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의 오류 때문에 국세청의 전산직원 인력이 달릴 때 이 사무관의 역할이 컸다. 이 사무관의 활약을 계기로 기재부 내부에서 다양한 인력 채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정부 정책이 정보기술(IT)과 연관된 경우가 많아 이공계 출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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