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로 내수가 꽁꽁 얼어붙은 지난해 7월. 롯데백화점은 여름 정기 세일에 들어가면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사상 최고액의 경품을 내걸었다. 무려 10억원어치 상품권. 사상 최대인 300만명이 응모할 정도로 대박이었다. 발표 결과 행운의 1등 당첨자는 경남 창원점에서 응모한 박모씨였다. 박씨는 제세공과금 22%를 제하고 상품권 7억8000만원어치를 수령했다. 세일 기간 매출은 8% 이상 증가했다.
수억원대 경품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수 침체가 심각했던 2009년 이후 대거 등장했다. 당시에도 유통업계에서 롯데가 나섰다.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가을시즌에 아파트를 1등 경품으로 내놓았다. 경기도 광주시 롯데캐슬 아파트(전용면적 158㎡)로 분양가 5억8000만원짜리였다. 겨울에는 3억5000만원 상당의 우주여행이란 이색 경품으로 고객을 모았다.
아파트 경품이 처음 나온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롯데가 신년 세일 경품으로 쌍용아파트(전용면적 59㎡)를 내놨다. 자동차 경품은 1963년 선보였다. 동화백화점이 획기적으로 ‘새나라’ 자동차를 내놓았다. 그럼 우리나라 경품 효시는? 1936년 화신백화점이 1원어치(현재 화폐가치 1만원) 이상 사는 고객에게 내건 황소 1마리였다. 그간 경품은 다양했다. 롯데가 주도해 왔다. 지난해 훈민정음 서문을 새긴 10.09㎏ 황금판(5억원 상당), 매년 3500만원씩 10년간 3억5000만원을 주는 연금형도 눈길을 끌었다.
롯데가 3일부터 시작하는 봄 정기 세일에서 최대 10억원어치 상품권 경품을 다시 내걸었다. 방문 고객은 상품을 사지 않아도 태블릿PC를 통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응모할 때마다 1000원씩 적립돼 10억원까지 누적되는 방식이다. 29일 추첨을 통해 1등에게 적립금 전액을 준다. 올해도 매출 부진이 계속되자 소비자 지갑을 열도록 하겠다는 고육지책이다. 근데 초대박 경품 없이도 소비시장에 봄기운이 가득 찰 날은 언제쯤 올까.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10억 경품
입력 2015-04-03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