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구책에 바쁜 현대重 세무조사 왜 지금인가

입력 2015-04-03 02:48
현대중공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심상찮아 보인다. 징세 당국이 법에 따라 세무조사하는 것을 두고 문제삼을 의도는 없지만 정황상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왜 이 시점인가 하는 점이 의문이다. 연간 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법인의 경우 대체로 4∼5년에 한 번씩 정기 법인세 조사를 받기는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경우 경영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굳이 지금 조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판단에서다. 현대중공업은 세계적인 조선경기 침체 상황에서 지난해 3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원의 30% 이상을 해임했고 과장급 이상 1500여명의 희망퇴직을 마무리한 데 이어 이달에는 고졸 및 전문대졸 여사원 600여명의 희망퇴직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다 대대적인 조직 통폐합까지 맞물려 회사 내부가 한마디로 쑥대밭 같은 상황에서 세무조사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조선을 비롯해 건설, 해운 등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자제하겠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 본사를 관할하는 부산지방국세청뿐 아니라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핵심 부서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을 투입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회사 측 설명대로 정기 법인세 조사로 치부하기엔 조사의 성격이나 강도에 상당한 무게가 느껴진다.

알려지기로는 현대중공업의 해외 자금 거래에 많은 문제가 있고 부당 내부거래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돼 조사가 시작됐다고 하나 이런저런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자원외교 수사나 사정과 맞물린 조사가 아니냐는 설도 들린다. 시중에는 다음 타깃이 될 기업 명단까지 나돈다. 부족한 세수를 쥐어짜기 식 세무조사를 통해 벌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탈세 혐의가 있는 곳에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국세청의 권한이자 의무다. 그러나 재계를 비롯해 국민들이 선뜻 이해하기 보다는 뭔가 억측이 떠도는 상황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시점 국세청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흐트러진 기강 다잡기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신규세원 확보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