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기적 OK”… 창단 2년만에 ‘챔프’ 등극

입력 2015-04-02 03:45
1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를 누르고 창단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OK저축은행 선수들이 트로피를 치켜들고 환호하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막내 구단 OK저축은행은 1월 하순 올스타전 휴식 직후 유니폼을 바꿨다. 가슴에는 ‘기적을 일으키자’는 문구가 크게 새겨졌다. 세월호 희생자와 아픔을 함께하며 ‘기적을 일으키자’는 희망은 현실이 됐다. 창단 2년차인 OK저축은행이 전통의 삼성화재를 꺾고 남자프로배구 정상에 우뚝 섰다.

김세진(41) 초보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1일 경기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대 1(25-19 25-19 11-25 25-23)로 물리쳤다. 3연승을 거둔 OK저축은행은 창단 2년 만에 프로배구 최고봉에 올랐다.

반면 정규리그 우승팀으로 8년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삼성화재는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정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삼성화재가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패한 것은 2006-2007시즌 현대캐피탈에 당한 이후 8년 만이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는 28표 가운데 16표를 획득한 OK저축은행 레프트 송명근이 선정됐다.

경기가 시작되자 삼성화재 선수들은 1, 2차전처럼 허둥대며 강호의 면모를 잃어버린 듯 했다. 범실이 잦았고, 무엇보다 리시브가 잘 되지 않아 레오의 공격정확도가 떨어졌다. 블로킹에서도 크게 뒤진 삼성화재는 1, 2세트를 내준 뒤 3세트에서 상대의 방심을 틈타 25-11로 처음 세트를 따냈지만 추격은 거기까지 였다. 4세트에서 송명근과 시몬의 공격이 빛을 발한 OK저축은행은 매치포인트에서 레오의 어이없는 서브범실에 힘입어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날 경기는 문자 그대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이었다. 김 감독은 사제지간의 대결에서 스승을 이겼다. 김 감독이 1995년 삼성화재 창단멤버로 입단할 당시 스승이 신치용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이듬해 입단한 신진식(현 삼성화재 코치)과 함께 삼성화재를 단번에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국내 최고의 라이트공격수로 활약한 김 감독은 팀이 겨울철리그 77연승을 달성하는 데 선봉에 섰다. 2005년 프로배구 체제로 바뀌면서 김 감독은 2년간 프로배구에서 뛰었다. 원년 챔프전에서 우승하며 초대 MVP도 김 감독의 차지였다. 이듬해 현대캐피탈에 완패, 신 감독이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김 감독은 삼성화재와 이별했다.

김 감독은 은퇴 후 활발한 방송활동을 펼쳤고, OK저축은행의 전신인 러시앤캐시가 지난 2013년 4월 창단할 때 첫 감독으로 깜짝 부임해 2년 만에 이변을 연출했다.

안산=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