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는 경찰과 경기도 안산시, 경기교육청 직원들이 1년째 현장을 지키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곁에 머물며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각종 민원을 전달하는 게 주된 임무였다. 가급적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은 세월호 가족과 함께 팽목항의 한 풍경이 돼 있었다.
지난 31일 팽목항 인근 ‘세월호 마을’에서 만난 안산시 직원은 “주로 유가족이 원하는 걸 위에 전달해준다. 그러면 해당 부서로 넘겨 처리하는 식인데 최근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통성명을 거절한 그는 “아무래도 여기 오면 낯설고 여러 가지 어렵고 불편한 점도 있지만 다들 조용히 근무하다 간다. 여기서 가타부타 얘기할 사항도 아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들은 세월호 가족 숙소와 같은 장소에 각각 가건물을 배정받아 숙소 겸 사무실로 쓰고 있다. 왼쪽부터 3곳을 경찰, 안산시, 경기교육청이 나란히 사용한다. 안산시 직원들은 3명씩 2박3일 단위로 팽목항 교대근무를 한다. 이 직원은 3번째 근무였다. 지난해 말에 왔을 때는 여기에 사람도, 텐트도 많았는데 지금은 다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오전 9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출발하는 팽목항행 셔틀버스를 타고 오후 3시쯤 도착했다. 그와 교대한 직원은 그 버스로 4시쯤 돌아갔다.
왼쪽 경찰 숙소에는 안산시나 경기교육청과 달리 기관 명칭이 붙어 있지 않았다. 신분을 숨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곳이 경찰 숙소라는 건 세월호 가족이 알려준 사실이었다. 4평쯤 되는 숙소 안에는 1단짜리 냉장고, 정수기, 소화기 2개, 낮은 탁자 등이 한쪽 벽면에 비치돼 있었고 장판이 깔린 바닥에는 ‘POLICE’라고 적힌 보라색 이불 등이 개켜져 있었다.
이태화 경위는 “부대에도 임무가 있으니까 거기 맞게 돌려서 온다. 원래는 경찰버스에서 지냈는데 세월호 가족들이 빠져나가면서 숙소에 여분이 생긴 듯하다”고 했다. 경찰은 전남지방경찰청 기동대 직원이 4명씩 와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24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다. 전남청에서 내려오는 건 규모가 작은 진도경찰서에서 인력을 빼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 경위는 설명했다. 진도서에서는 정보관들이 수시로 방문해 세월호 가족과 어울리며 상황을 파악한다고 한다.
그는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와 있는데 요즘은 대개 지역 안내”라며 “한 번씩 오셔서 둘러보고 가는 사람들이 배는 어디 있느냐 같은 걸 물어보면 알려주는 정도”라고 했다.
경기교육청 숙소에서 만난 직원 2명도 이날 도착한 사람들이었다. 숙소에는 한쪽 벽면에 간이침대가 놓여 있었고 반대편에는 긴 탁자 위에 각종 서류철과 노트북 2대, 프린터 등이 올려져 있었다. 서류철 중에는 ‘일일상황보고’라고 적힌 파일이 눈에 띄었다. 교육청 직원은 “세월호 가족분들이 저희한테 따로 요청하시는 건 없지만 매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매일 전달받는 게 있고 저희도 그날그날 일지로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 직원들은 2명씩 내려와 3박4일 간격으로 교대한다.
한편 전국 초·중·고교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13∼17일 5일간 추모기간을 갖는다. 16일 오전 10시쯤엔 1분 동안 묵념을 한다.
팽목항=글·사진 강창욱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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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2 03:17 수정 2015-04-02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