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직원 연봉差 최대 143배… 오너 10여명 공개 대상서 빠져

입력 2015-04-02 02:18

‘등기이사 연봉 공개’가 의무화된 후 반(反)기업정서에 따른 부담으로 10여개 그룹의 오너 경영인들이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가 2014년도 상장사 등기이사들의 보수 제출 시한(3월 31일)을 맞아 국내 239개 주요 그룹의 보수 공개 여부 현황을 분석한 결과 15.5%인 37개 그룹의 오너 경영인이 보수 공개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공개 여부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보고서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는지를 기준으로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이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미등기 임원이다.

특히 2013년 11월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이사의 연봉 공개가 의무화된 후 개인사정 등 여러 사유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그룹 오너는 10여명으로 파악됐다. 최태원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SPC·무림·종근당·동서·태광실업·조선내화그룹 등의 오너일가 구성원도 등기이사에서 미등기이사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 공개 의무 대상자에서 빠져나오려는 그룹 총수급 오너는 더 늘 수 있다”며 “대주주 및 오너 일가가 상장사 임원 등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면 등기 여부에 상관없이 보수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등기이사 보수 공개 결과 전문경영인(CEO)과 일반 직원의 연봉 격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가장 큰 연봉 격차를 보인 기업은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다.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연봉은 145억7000만원으로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인 1억200만원의 142.8배였다.

연봉 격차가 두 번째로 큰 기업은 현대제철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총 115억6000만원을 받아 직원 1인 평균 연봉 8700만원의 132.8배에 이르렀다.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이 지난해 3월 현대제철 등기임원직을 사임하면서 받은 퇴직금 108억2000만원을 제하면 연봉 자체는 7억400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각 기업 최고 연봉 CEO와 직원 평균 연봉의 격차는 평균 35.9배 수준이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