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조현아 항소심 첫 공판 머리 묶고 고개 푹 숙여 “깊이 반성… 선처 구한다”

입력 2015-04-02 02:20
조현아(41·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일 오후 3시30분쯤 머리를 질끈 묶고 안경을 쓴 채 항소심 법정에 들어섰다. 검찰 조사와 1심 재판 때는 머리를 푼 채였고 안경을 쓴 적은 없었다. 옥색 수의는 1심 때와 같았지만 굳게 입을 다문 표정은 이전보다 더 수척해 보였다.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피고인석으로 걸어와 변호인 사이에 앉았다. 의자 밑으로 그가 신은 흰색 운동화가 보였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앉자마자 고개를 떨궜다. 재판장이 본인이 맞는지 묻자 “네”라고 작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거의 들리지 않았다. 착잡한 표정은 재판 내내 이어졌다. 고개를 숙인 채 종종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였다. 변호사가 가져온 서류를 검토하거나 두세 차례 안경집을 만질 때를 제외하면 두 손은 깍지 낀 채 무릎에 모으고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이 자리를 빌려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선처를 구한다”고 덧붙인 뒤 재판부에 목례했다. 15초 정도 짧게 심경을 밝힌 후 감정이 북받친 듯 빨개진 코를 만졌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48일 만에 법정에 섰다. 수감된 지는 93일이 지났다. 그는 불면증 등 심리적 불안증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은 형벌 이전에 감당할 수 없는 비난을 받았고 수감생활로 피폐해진 상태”라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항로변경죄 유죄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항로는 공중에 있는 길을 의미하지 활주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폭행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실제 항공기 운항을 저해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강요 혐의 등은 2심에서 다투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 측은 “조 전 부사장이 뉘우치고 있다고 하나 이 사건의 본질적 측면에서 정말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사적 지위를 남용해 비행기 안전을 위협한 죄질이 불량해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방청객은 재판 시작 7시간40분 전인 오전 7시50분부터 법정 앞에 줄을 섰다. 34석 규모 법정에 시민과 내외신 기자 90여명이 몰렸다. 다음 공판은 2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결심공판으로 진행되며 검찰 구형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