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있어도 부재한 경우는 많다. 야근이나 출장으로 보지 못하는 일은 다반사다. 가족과 떨어져 지방이나 해외근무를 할 수도 있다. 이 그림책은 아빠가 어느 날부터 가족과 오래도록 함께 살지 못하게 되면서 겪는 일상의 불편함이나 아쉬움, 그리움을 아이의 눈높이로 기록한다.
아빠가 학교에 데리러 오거나, 라자냐를 만들어준 지도, 잠들기 전 등을 간질여준지도 한참이 됐다. 소파에 눈길을 주면 거기 앉아 동생에게 젖병을 물리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둘이서 바다로 놀러가자던 약속이 지켜지는 건 글렀다. 학교에서 수영장에 갈 때 아빠가 보호자로 올 수 있는지 묻는 선생님의 질문은 난감하기만 하다. 아빠는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 텔레비전은 몇 달 째 고장 난 채 방치되어 있다. 이제는 화를 내던 모습까지 그립다.
아빠는 왜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일까. 피곤해 보이는 엄마가 설거지 하다 접시를 깨는 걸 목격하거나, 가족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데 저도 모르게 아빠의 표정이 슬프게 그려진 것 등이 심상치 않은 상황을 암시한다.
아이가 아빠를 보러 간 곳은 면회소다. 아빠는 감옥에 있다. 왜 감옥이 갔는지 등에 대해선 자세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아빠의 부재와 그걸 받아들이는 아이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면회가 끝난 후 아이는 혼잣말 한다. “차마 말은 못했지만 아빠는 갑자기 폭삭 늙어버렸어요.”
스누피가 연상되는 밝은 캐릭터와 색연필로 그린 담백함이 소재가 줄 수 있는 칙칙함을 걷어낸다. 어른들은 몰라도 아이도 나름의 고통이 있다는 것, 그런 내적 갈등을 겪으며 성장해간다는 걸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담아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어린이 책-아빠생각] 잠들기 전 간질여주던 아빠가 그리워요
입력 2015-04-03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