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66·구속 기소) 일광공영 회장이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의 핵심 부품에서 하자가 발생하자 외국 공급업체의 컴퓨터까지 불법 복제해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광공영은 2009년 싱가포르 S사에 49억원을 주고 채점장비(TOSS) 일체를 구입했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EWTS 핵심 장비인 TOSS 연구·개발(R&D) 명목으로 예산을 타놓고 실제로는 외국의 기존 제품을 들여온 것이다.
S사는 2012년 2월 일광공영 측이 중도금을 주지 않자 TOSS 소프트웨어에 시한부 기능 정지 프로그램(약칭 ‘타임록’)을 설치했다. 이에 이 회장은 계열사 직원과 일광그룹 계열 초등학교 행정직원 등에게 S사 프로그램을 몰래 복제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은 국내 한 모텔에 머물던 S사 직원들을 외부로 유인한 뒤 빈 방에 침입해 노트북 2대에 저장돼 있던 관련 소프트웨어 일체를 복제했다. 하지만 결국 타임록 문제 해결에 실패하면서 TOSS는 정상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남게 됐다.
일광공영은 EWTS의 주전산장비 역시 계열사 직원을 시켜 기존의 프로그램 파일에 아무렇게나 한두 글자를 쳤다가 지우는 식으로 흔적만 남겨 놓고 연구·개발한 것처럼 자료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EWTS는 방사청으로부터 최종 합격 판정을 받고 1100억원에 납품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1일 하도급 업체인 SK C&C도 사기행위의 공범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군 준장 출신의 권모(60·구속 기소) 전 SK C&C 상무 외에도 회사 차원의 범행 가담이 있었다는 게 합수단 판단이다. 이 회장은 EWTS 사업 계획 초기부터 최종 검사 통과까지 권 전 상무를 비롯한 SK C&C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장비 하자 은폐하려 외국 공급사 프로그램 불법 복제 시도
입력 2015-04-02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