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의 조선인 강제 징용지 세계문화유산 등재 막겠다”

입력 2015-04-02 02:04
한국교회 주요 지도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일제 징용지에 대한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를 규탄하는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엄진용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순복음) 총무, 전용태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총재, 이강평 한기총 명예회장, 김영진 한국교계-국회평신도5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 황용대 NCCK 회장,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 김춘규 한교연 사무총장. 강민석 선임기자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한국교회 주요 지도자들이 부활절을 앞두고 일제 징용지에 대한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를 규탄하며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과 ‘한국교계-국회평신도 5단체협의회’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3개 교회연합기관과 평신도 연합체 지도자들이 특정 사안을 두고 한목소리를 낸 건 이례적이다.

이들 지도자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일제 징용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강력히 거부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지난날의 잘못을 인정하고 (문화유산 등재를 통해) 역사를 왜곡하려는 파렴치한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일본은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를 비롯해 나가사키 조선소 등 총 28곳에 대해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이 중 11곳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돼 가혹한 노동과 학대에 시달리다 수백∼수천명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특히 하시마는 수백명의 조선인이 해저 700∼1000m 탄광에서 하루 12시간씩 중노동에 시달려 ‘지옥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교계 지도자들은 “과거 식민지 시절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본질과 책임을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처사에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죄, 배상 등 가해국으로서 취해야 할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문화유산 등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교계 지도자들은 “우리 정부는 일제의 문화유산 등재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뒤늦게 반대에 나서는 등 한심한 외교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 교계 단체는 조만간 국회의장과 외교부, 주한일본대사관에 공동선언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6월 말 독일 본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이어 국회의원 서명운동과 범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등에 교계 대표단을 파견해 항의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한국교계-국회평신도5단체협의회 상임대표인 김영진 장로는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인권과 정의를 짓밟는 일제의 극악무도한 만행과 반역사적인 문화유산 등재 시도는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며 교계는 물론 전 국민의 동참을 독려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 황용대 NCCK 회장, 전용태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총재, 이강평 한기총 명예회장, 김춘규 한교연 사무총장 등 교계 주요 지도자들과 국가·국회조찬기도회,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