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외리에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은 체육대회를 준비 중이었다. 이곳은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 가족의 숙소로 쓰였다. 한때 세월호 가족 수백명과 그보다 많은 자원봉사자가 북적였다. 매트리스와 이불이 입구부터 단상 앞까지 타일처럼 깔리고, 곳곳에 의료품과 구호품이 쌓였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참사 다음날 이곳에서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만났고,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팔걸이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다가 빈축을 샀다.
그 자리가 비로소 맨바닥을 드러내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반들거렸다. 체육관은 1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와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디딤돌을 놓고 있었다. 배구 코트 2개가 넉넉히 나오는 내부는 말끔히 치워졌다. 2층 850석 규모의 관중석도 윤이 났다.
체육관에서는 27일부터 나흘간 제54회 전남도민체전이 열린다. 22개 시·군에서 6200명 정도의 선수가 참가해 20여개 종목에서 승부를 가른다. 주최 측은 관람객이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대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은 체육관 입구에는 개최일까지 남은 날수가 카운트다운되고 있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은 지난해 11월 11일 수색 중단 결정 이후 2주 정도 더 머물다가 체육관을 비워줬다. 거주지인 경기도 안산과 서울 등으로 돌아가거나 체육관에서 25㎞쯤 떨어진 팽목항 인근 숙소로 옮겼다. 김순길(58) 진도군체육회 사무국장은 “참사 이후엔 저희도 함부로 웃고 다닐 수가 없었다. 세월호 가족들 하고는 점차 가깝게 지내면서 애로사항 얘기도 나누고 그랬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전부 죽을 맛이었는데 1년이 지나면서 군민들도 적응했고 많이 좋아졌다. 체육계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도=글·사진 강창욱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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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실내체육관, 희생자 가족 숙소이던 곳… 이젠 전남도민체전 앞둬
입력 2015-04-02 02:02 수정 2015-04-02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