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째 0%대를 기록하며 15년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가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서민들은 아직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1일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0.3%)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12월(0.8%) 이후 계속되고 있는 0%대 상승률도 계속 이어졌다. 지난 1월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서 인위적으로 상승한 부분(0.58% 포인트)을 배제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그나마 집세가 지난해 12월 이후 2.2∼2.3%씩 꾸준히 오르면서 물가상승률을 떠받치고 있다.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의 저물가는 저유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에서 비롯된 것이지 수요부진 탓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4% 하락했고, 도시가스 요금도 14.0%나 낮아졌다. 농산물 가격도 봄철 과일과 채소 출하가 늘면서 3.0% 떨어졌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최근 물가가 낮은 이유는 유가 하락 등 공급 측 요인 때문”이라며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계속 낙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469억880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4.2% 줄었다. 내수 침체, 투자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출까지 곤두박질치면 한국경제는 더 이상 의지할 데가 없게 된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치상으로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게 맞지만 문제는 경제 체력”이라며 “내수, 대외 수요 등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내부나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1990년대 일본처럼 경제성장률이 고꾸라질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3월 물가 0.4%… 담뱃값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입력 2015-04-02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