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심대출로 자본금 압박받는 주택금융공사… 정부·韓銀에 384억 배당금

입력 2015-04-02 02:14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올해 정부와 한국은행에 총 384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키로 했다. 주금공은 정부가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40조원 규모로 시행 중인 안심전환대출(연 2.6%대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자본금 압박이 심해진 상태다. 배당이 늘어날수록 자본 여력이 줄어들지만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 방침에 따라 배당 비율은 증가 추세다. 정부와 한은은 주금공의 자본력을 늘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일 주금공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 1815억원 가운데 384억원이 주주인 정부와 한은에 배당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을 의미하는 배당성향은 21.2%로 뛰었다. 주금공은 2012년 177억원(배당성향 13.0%), 2013년 382억원(배당성향 17.1%)을 각각 배당했다. 지난해엔 대손준비금 적립 등의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았다. 주금공 지분은 정부가 68.9%, 한은이 31.1%를 갖고 있다.

주금공의 배당 확대는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세외수입 확대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출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배당성향을 평균 21.5%에서 2020년까지 40%로 대폭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출자 공공기관의 배당금은 정부의 세외수입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으로 압박 전략을 쓰면서 뒤로는 공공기관의 배당을 늘려 세수를 확보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주금공의 경우 이런 정부 방침에 따라 배당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안심전환대출의 폭발적 인기로 주금공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은행의 주택저당채권을 토대로 주금공이 발행하는 MBS는 건전성을 고려한 적정 보증배수 35배(최대한도 50배)를 훌쩍 넘어섰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일시적으로 보증배수가 늘어나겠지만 주금공 연말 결산이익과 출자 등을 감안하면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배당금이 늘어날수록 주금공의 자본금이 줄어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안심전환대출 확대를 위해 출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구체적 지원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한은이 조만간 2000억원가량을 출자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작 한은은 발권력을 남용한다는 비판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한은 관계자는 “지원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협의된 것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