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난주간 맞아 4·16 세월호의 뜻을 새겨본다

입력 2015-04-02 02:50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은 대서사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고 묘사했다. 433행이나 되는 그의 긴 시에서 희망은 단 한 줄도 찾아보기 어렵다. 1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유럽사회의 허무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생명의 계절인 4월 초입에 황무지를 연상하는 건 고교생을 포함한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되는 달을 맞았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대형 재난에 아직도 온 국민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

지난해 4월 16일 우리는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보며 크나큰 충격과 슬픔, 분노, 자책으로 몸부림쳤다.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의 대개조를 부르짖었다.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특별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크고 작은 사고들은 계속되고 있다. 거기다 후속조치 과정에서 국민 갈등이 크게 심화됐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은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4·16 참사 1주년을 맞아야겠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후속조치를 깔끔하게 마무리짓는 일이다. 침몰한 세월호 선체 인양 여부를 놓고 아직도 이런 저런 말들이 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의 딱한 심정을 고려하면 예산이 다소 들더라도 정부 방침대로 인양하는 게 옳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입법예고된 특별법 시행령의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도 가슴 아프다. 해양수산부는 예고기간 중 조사위와 유족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조사가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희생자 배상·보상금 규모가 윤곽을 드러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놓고 의견 차이가 있겠지만 정부가 특별법에 따라 심혈을 기울여 결정한 만큼 유가족 측이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게 좋겠다. 1주기 추모 행사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할지 여부도 조기에 매듭지어야겠다. 정치권이 행여라도 이런 문제를 4·29재보선에 이용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단념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의 대리전도 그만둬야겠다.

세월호 문제로 야기된 사회적 갈등은 이제 깨끗하게 청산할 때다. 세월호의 아픔은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매양 주저앉아있을 순 없다. 새롭고 힘찬 도약의 출발점을 찾아나서야 한다.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는 고난주간이다. 매년 맞는 부활절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우리의 모든 죄를 떠안고 가신 구세주를 통해 기쁨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2015년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슬픔을 딛고 희망을 말하는 ‘비상(飛翔)의 달’이어야 한다.